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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의원들, 자국 방위비 문제 제기 미국 대사 맹비난

입력 2019.03.20. 09:48 댓글 0개
쿠비키 하원 부의장 "그리넬 대사 베를린에서 추방해야"
사회민주당 슈나이더 의원 "미 대사는 완전히 외교적 실패자"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독일 정치권이 자국 국방비 지출을 놓고 미국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자유민주당 소속 볼프강 쿠비키 하원의회 부의장을 포함해 독일 정치인들은 자국 군사비 지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비난했다.

쿠비키 부의장은 "만약 미국 대사가 점령 세력의 고등 판무관처럼 행동한다면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그리넬 대사를 베를린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논란은 독일 정부가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약속했던 국방비보다 낮은 예산안을 책정하면서 촉발됐다. 독일 정부는 20일 내각회의를 열어 국방예산을 최종 확정한다.

독일 재무부가 19일 공개한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1.33%인 독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내년 1.37% 오르지만 2023년에는 1.25%로 다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독일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산 가스 구입,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 이란과의 거래 금지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그리넬 대사는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독일의 국방예산을 비판했다.

그리넬 대사는 "NATO 회원국들은 오는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 2%에서 멀어지지 않은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미국의 안보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방이 지출을 GDP의 2%로 늘릴 것을 요구해왔다.

이어 그리넬 대사는 "군사대비태세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비를 낮추려 하는 것은 독일의 28개 NATO 동맹국들에게 불안감을 준다"고 말했다.

사회민주당의 카르스텐 슈나이더 의원은 "그리넬 대사는 완전히 외교적 실패자"라며 "그는 거듭된 서투른 도발로 대서양 간 관계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독민주당 미카엘 그로쎄-브뢰머 의원은 "만약 미국 대사가 독일의 예산에 대해 거론하고 싶다면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외국에서의 임무와 국제 책임에 대해 독일은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방비 지출 문제와 관련 독일 정부는 국방비 뿐만 아니라 해외 원조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방위력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개발에 대한 원조를 희생해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ks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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