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투사 아닌 청년 윤상원과 청춘의 고민 나누길”

입력 2019.03.19. 17:45 수정 2019.03.19. 19:09 댓글 0개
김경학 윤상원 기념홀 조성사업회 집행위원장
김경학(전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윤상원 기념홀 조성사업회 집행위원장이 전남대 사회대 앞에 세워진 윤상원 열사 흉상 앞에서 기념홀 건립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사회가 옳은 사회인지 일기 가득 빼곡히 적은 윤상원 열사의 고민은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질 고민일 것입니다. 학업과 취업준비로 바쁜 삶 속에서도 고민이 많은 이 시대 청년들이 윤 열사의 삶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윤상원 기념홀 조성 사업에서 실무를 맡은 김경학(전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윤상원 기념홀 조성사업회 집행위원장은 19일 “그간 잘 알려진 투사 윤상원이 아닌 청년 윤상원의 모습을 학생들이 마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상원 기념홀 조성 사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4월 초 한 초로의 남성이 지난 2007년 세워진 사회대 앞 윤상원 열사 흉상을 하염없이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 김 집행위원장 눈에 띄었다.

그는 광주 동구 계림동 녹두서점 주인이었던 김상윤씨.

김씨는 윤 열사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현재는 윤상원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졸업후 1978년 주택은행 봉천동 지점을 다니던 윤 열사는 6개월만에 사직하고 광주로 돌아왔다.

광천공단 내 한남플라스틱에 위장취업한 윤 열사는 열악한 노동 현장을 몸소 체감하며 대동세상을 꿈꿨다.

들불야학 강학으로 활동하며 노동자들을 교육하던 윤 열사는 1980년 3월 녹두서점에서 김상윤과 만났다.

녹두서점은 엄혹했던 독재정권 시절 ‘금서’를 비롯한 각종 사회과학 서적을 구할 수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윤 열사와 김상윤씨는 사상이 맞는 젊은이들과 마음껏 토론하고 공부하며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청춘을 불태웠다.

이제 먼저 가고 없는 윤 열사를 그리며 김씨는 “그래도 모교인데 상원이를 기리는 공간이 없구나”며 아쉬워했다.

그렇게 시작된 윤상원 기념홀 조성 사업은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살레시오고 출신 교수들과 정치외교학과 동문들의 도움으로 1억원의 기금이 마련됐다.

김 집행위원장은 “실제로 해마다 5월이면 전국에서 대학생들이 광주를 찾아오는데 윤상원 흉상 외에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며 “모교에서부터 윤 열사를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고 전했다.

그렇게 마련된 기념홀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투사가 아닌 청년 윤상원의 모습이다.

실제로 윤 열사는 대학생 시절 연극반에서 연극을 하는가 하면 지금은 판소리 명인인 임진택 명창이 인정할만한 ‘소리꾼’이기도 했다.

기념홀 조성에 이어 전남대는 향후 윤 열사 흉상이 있는 사회대 앞 숲을 윤상원 숲으로 조성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들께서는 언제든 전남대 사회대로 연락주시길 바란다”며 “윤상원 기념홀 조성을 계기로 윤 열사 관련 학술심포지엄도 계획하고 있으며 단발적인 사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현 시대와 소통하는 윤상원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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