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버닝썬과 아이돌

입력 2019.03.18. 14:25 수정 2019.03.18. 16:26 댓글 0개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장

얼마 전 혼자 살고 있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밀착 소개하는 공중파 티비 프로그램에 한류스타인 빅뱅의 멤버 승리가 출연했다. 광주 출신인데다.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바이어와 유창하게 프리토킹을 하고, 현지에서 진지하게 시장조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 친구 참 괜찮네~’라는 생각한 바 있다. 당시 승리는 라멘 체인사업 업무를 보고받고, 클럽 공연 전 점검을 꼼꼼히 했다. 클럽 사업과 관련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게 아니고 진짜로 한다. 안그러면 신뢰하지 않는다”고 언급, 아이돌 출신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가 돋보였다. 그 클럽이 지금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버닝썬’이었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3개월 전 클럽 내 폭행사건을 놓고 경찰의 ‘클럽 봐주기’ 수사 논란에서 시작됐지만 물뽕을 이용한 성폭행 증언, 승리의 성접대 연루 의혹이 줄줄이 엮여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여러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이 승리와의 단체 카톡방에 성관계 불법 촬영 동영상을 올린 사실과 대화내용까지 폭로되면서 버닝썬을 넘어선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다.

단톡방의 대화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클럽을 찾은 여성을 성 상품처럼 취급하고,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관계하거나 성폭행한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영상을 자랑스럽게 올렸다. 평소 예의바른 것 같았던 정준영과 승리를 비롯 유명 아이돌들이 알고보니 단톡방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돌려보고 키득거렸다. 연예인들의 수백만원대 내기 골프, 음주운전 보도 무마 사례 등도 적나라하게 담겼다. 클럽과 연예인 뒤봐주기 인물로 경찰대 출신 엘리트 총경(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도 연루된 의혹이 짙어 수사가 한창이다.

돈과 인기를 주체 못한 아이돌 스타들이 화려한 무대 뒤 밀실에서 일탈을 저지르다가 들킨 것이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승리와 정준영 등은 연예계에서 퇴출됐고, 차태현·김준호는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아이돌 스타는 기획사와 방송사 합작의 ‘기획상품’일 뿐이라는 얘기가 충분히 공감된다. 방송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만 믿고, 그들에게 인기라는 ‘날개’를 달아준 대중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가 더욱 씁쓸하다. 류성훈 정치부장 rsh@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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