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 ‘척’ 말고 ‘제대로’

입력 2019.03.14. 16:20 수정 2019.03.14. 16:32 댓글 0개
김현주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사회에디터

성관계를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면서 “국민께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또 ‘죄송한 척’ 하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지난 2016년 이른바 ‘여친 몰카’ 논란 당시 그가 기자회견 직전 지인에게 “죄송한 척하고 올게”라고 말했던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척하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밈을 나타내는 말’이다. 정준영의 ‘죄송한 척’을 보면서 광주시의회의 인사청문회가 오버랩된다. 광주시 산하기관장들의 능력과 자격을 검증함으로써 ‘적격자’를 가려내자고 도입된게 인사청문회다.

하지만 민선 7기 이후 5차례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보면 ‘-척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출범 이후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 때마다 ‘측근 챙기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에 ‘적격자’를 가려낼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인 인사청문회에 눈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7월 이후 이달까지 광주도시공사와 김대중컨벤션센터, 도시철도공사, 환경공단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인사청문회마다 후보자의 전문성이나 도덕성 결여에 대한 지적이 일었지만 결과적으로 환경공단을 제외한 3개 공공기관의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됐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는 까닭이다.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인사청문 위원들은 후보자의 경력이나 공적 사항을 칭찬하는데 질문 시간을 할애하는가 하면 후보자가 즉답을 못하는 상황에서는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되레 달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질의와 답변을 이끌어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복된 질문으로 시간을 때우는 의원들도 있었다. 송곳같은 질문이 없으니 후보자들 역시 “알아보겠습니다. 위원님의 말씀에 공감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물론 일부 의원들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해보자고 결의를 다졌지만 결국은 임명권자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게 시의회 안팎의 지배적 의견이다.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12일 환경공단 이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사전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불거졌지만 인사청문회에서는 그 중 일부만 거론됐다. 불거진 의혹 역시 간단치 않음에도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시늉만 내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민들을 대신해 발로 뛰며 일할 사람이 바로 시의원들이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사청문회를 하는 척’이 아닌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를 기대해 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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