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룩스트리오' 안은유·이재형·채훈선, 실내악 빛나는 밤
입력 2019.03.14. 16:05 댓글 0개【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가능성을 인정 받던 '젊은 실내악 트리오'가 3년 만에 '라이징 스타'로 성장했다.
'룩스 트리오(Lux Trio)', 2016년 '금호 영 체임버 콘서트' 시리즈로 존재를 알린 이들이 14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라이징스타' 무대에 오른다.
피아노 안은유(28), 바이올린 이재형(27), 첼로 채훈선(28)으로 이뤄진 룩스트리오는 작년 9월 독일의 세계적인 음악경연 대회인 제67회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삼중주 부문으로 주목 받았다.
한국인으로 구성한 실내악 팀 최초로 공동 3위를 차지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현대곡 특별상과 청중상도 함께 차지했다. 피아노 삼중주 부문 경연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내로라하는 팀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이유다. 수상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풋풋하던 '영 뮤지션'들은 '의젓한 아티스트'가 돼 다시 광화문 금호아트홀 무대에 오르게 됐다. 한국 실내악계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안은유는 "감회가 새로워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뿌듯하기도 합니다"라며 설렜다.
룩스 트리오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에서 함께 공부한 세 사람이 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결성했다. 2015년 폴란드 베토벤 국제실내악콩쿠르 입상과 특별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6년 독일 알리스 잠터 재단 실내악콩쿠르 만장일치 우승, 2017년 독일 멘델스존 콩쿠르 현대곡 특별상 수상과 영국 위그모어홀 파크하우스 오디션 2위, 2018년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실내악콩쿠르 입상, 독일 뮌헨 가슈타익콩쿠르 1위 등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그 사이 실내악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안은유는 "피아노는 때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룩스 트리오를 하면서 현을 그어서 내는 소리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피아노는 '작은 오케스트라'로 통해서 첼로, 피아노 소리를 내보라는 주문도 받는데, 실내악 덕분에 그 소리를 알게 됐죠"라며 웃었다.
개성 강한 연주자들이 모인만큼 조율이 쉽지는 않았다. 예컨대 특정 곡에 대해 안은유는 '천국에 있는 것 같은 소리를 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채훈선은 '아픔이 있는 것 같다'고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타이밍을 두지 말고 연주하자고 세 사람이 입을 모았을 때, 피아노는 바로 건반 소리를 낼 수 있지만 현악기는 현을 긋고 가야 소리가 나기 때문에 한 박자 늦을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악기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재형은 "한국에서 공부했을 때만 해도 저를 중심으로 생각했어요. 피아노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이 없었는데 '피아노 트리오'를 하면서 다른 악기와 소리에 대해 깨닫고 배우고 있죠"라고 했다.
배려를 비롯해 인간관계의 노하우도 실내악 연주 덕분에 쌓여간다. 연주자의 세밀한 연주 기교뿐 아니라 평소의 성향이 드러나는 실내악은 서로 성격이 맞지 않거나 배려를 하지 못하게 되면 오래 팀을 유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룩스트리오는 안은유와 채훈선이 음악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고, 막내 이재형이 완충지대로서 제 역을 하기 때문에 화기애애하다. 첼로를 연주하는 오빠, 비올라를 연주하는 여동생 사이에서 가화만사성을구축 중인 이재형이기도 하다. 그녀는 "실내악 연주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이에요. 무엇보다 외롭지 않죠. 콩쿠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맛있는 것 함께 먹자'고 하면 기분이 다 풀려요"라며 웃었다.
룩스 트리오의 팀명인 '룩스'는 라틴어로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1룩스는 촛불 1개 정도의 밝기다. 이재형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인공적인 빛이 아닌, 작아서 더욱 집중하게 되는 촛불 같은 팀이 되고 싶다는 세 젊은 연주자들의 염원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 실내악의 미래를 비추는 빛'으로 통한다.
세 멤버의 기본기는 탄탄하다. 박은유는 네 살 때 동네 학원에서 피아노를 시작해 일취월장했다. 첼로를 연주하는 오빠를 따라 바이올린 활을 들게 된 이재형은 악기가 예뻐서 선택했지만, 그녀 덕에 악기가 빛나는 경지에 이르렀다. 채훈선은 부모가 태교로 카라얀 전집 CD를 듣는 등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해왔다.
솔리스트를 주로 고집하던 예전 클래식음악 연주자들과 달리 현 젊은 연주자들은 팀 활동,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함께 하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채훈선은 "독일 오케스트라에서 수습 단원을 하고 있는데 해야 할 것 만 하고, 쉬는 날은 편안하게 쉬어요. 여가를 즐기는 연주자들이 많죠.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박물관과 미술관도 가죠. 음악만 예술이 아니라 길에서 마주하는 것, 지나치는 것이 모두 예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예술을 접해야 저희 음악도 더 멋져질 것이라 믿어요."
룩스 트리오는 이번 금호아트홀 무대 중 1부에서 ARD콩쿠르에서 호연한 하이든 건반 삼중주, 마르티누 피아노 삼중주를 들려준다. 특히 2부 프로그램이 기대를 모은다. 스메타나 피아노 삼중주다. 콩쿠르 준비로 몹시 힘들었을 때도 이후 연주 무대에서 꼭 연주하자고 의견일치를 본 곡이다.
이 곡을 추천한 이재형은 스메타나가 곡을 쓴 배경이 마음에 와 닿았다. 스메타나가 어린 딸을 세상에서 먼저 떠나보낸 뒤 헌정한 곡이다. 20대 젊은 연주자들이 성숙해졌다는 방증이다. "스메타나의 깊은 슬픔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룩스 트리오는 ARD콩쿠르에서 입상한 이후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내년 9월에는 북아메리카 투어가 예정됐고 2020년에는 독일 본 베토벤 페스티벌에서도 연주한다. 독일 밤베르크, 벨기에 보자르 등에서도 공연한다.
채훈선은 "앞으로 멤버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요. 피아노 트리오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콰르텟 , 퀸텟도 연주하고 싶고요. 무엇보다 롱런이 꿈이에요"라며 웃었다. 박은유는 "그냥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과 감동을 다 전해드리고 싶어요. 마음으로 연주하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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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페스트는 '페스트'가 아니다···10년 만에 번역한 이정서 '역병'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카뮈의 책은 어렵기로 소문 나 있었다. '이방인'이 그랬다. 소설의 감동보다 ‘부조리’니 ‘실존’이니 ‘햇빛’이니 하는 개념어를 떠올리며 난해하다고 느꼈다. '역병Peste'도 마찬가지다.'페스트'로 익히 알려진 이 작품 역시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왜 그럴까? 번역 때문이라는 게 10년 전 번역 문제를 제기했던 역자의 주장이다.번역자인 이정서는 출간 당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이방인' 번역 이후, 10년 만에 '역병La Peste'을 완역했다. 원래 작가가 쓴 서술구조 그대로의 번역을 위해 쉼표 하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고르고 또 고르느라 소비한 시간이었으리라는 걸 문장마다마다에서 담아냈다."카뮈의 '라 페스트La Peste'를 ‘페스트’로 번역하는 것은 잘못이다. ‘쥐’ 이야기가 나오니 누군가는 이것을 ‘흑사병’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한데, 그건 더 큰 잘못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흑사병은 ‘peste noire’라고 해서 별도의 단어가 쓰이고 있거니와, 작품 속 질병의 이름은 더군다나 아니기 때문이다."당연히 'La Peste'는 영어 번역서의 제목도 그냥 ‘페스트pestis’ 가 아니라 'The Plague'이다. 즉, ‘역병’ 쯤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을 ‘페스트’와 구분되는 ‘역병’으로 달리 번역해 주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이유가 따로 있다.'역병Peste'에는 위대하고, 때론 졸렬하고, 편집증적이고, 성스럽고, 결국 인간답고자 하는 무수한 인물들이 나온다. ‘의사인 리외, 하급 공무원인 그랑, 기자 랑베르, 신부 파늘루, 기록자 타루’는 이 책의 중심 인물로, 그들의 말들은 밑줄을 그어 따로 정리해 놓고 싶을 정도로 울림이 있다. 그들의 생각과 말들은 그때 그 상황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이 시간에도, 먼 미래에도 사람들에게 깊은 질문과 성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편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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