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인생대차대조표

입력 2019.03.13. 17:01 수정 2019.03.13. 17:10 댓글 0개

‘백세 시대’라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기대수명(Life expectancy at Birth)’은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다. 말이 백세시대지만 사람의 수명은 80세 안팎이다. 이또한 60세를 은퇴 연령으로 잡을 때 후반의 20여년은 생활을 염려하고 건강에 신경을 써야하는 기간에 해당한다.

통계청이 ‘2015년 국민이전계정 개별 결과’라는 자료를 통해 연령대별 소득의 흑·적자 관계를 설명한 바 있다. 이른바 ‘인생대차대조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은 유년 시기(0~14세)는 적자, 일을 하는 노동연령층(15~64세)은 흑자, 그리고 노년층(65세 이상)에 다시 적자로 돌아가는 삶을 산다.

영·유아, 초·중·고·대학 시절은 천상 적자 인생이다. 이 시기는 부모가 들이는 비용 외에 의무교육과 무상급식 등 나랏돈이 적지않게 들어간다(1인당 공교육비 평균 929만원). 1인당 생애주기별 적자·흑자의 흐름을 보면 16세 때 적자 규모(연간 2천460만원)가 제일 크다고 한다.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 등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고교 졸업을 전후한 때로 대학 진학을 앞두고 비용 소모가 극대화하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부모로부터 독립할 때와 처음으로 차(車)를 사고 결혼 등을 앞둔 시기(28~30세)는 소득에 비해 씀씀이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28세 평균 소득 1천857만원, 소비 2천26만원).

노동연령층에 진입해 가장 큰 흑자(1천306만원)를 내는 시기는 43세 무렵. 사회적 경륜이 쌓이고 왕성한 활동을 함에 따라 소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기이기도 하다. 이 나이의 1인당 노동소득(임금소득+자영업자노동소득)은 연간 2천896만원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생대차대조표’를 소득 구조로만 보면 중장년기 ‘반짝 흑자’를 내고 대체적으로 적자 인생을 산다. 하지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생애를 흑자와 적자의 이분법으로만 구분할 수는 없다. 자신들의 뒤를 이을 2세를 낳아 국가와 사회의 유지 및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삶이 두루 좋은 이들과 관계를 맺는 값진 것이라면 결코 적자 인생은 아닐 터다.김영태 주필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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