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광주형일자리’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입력 2019.03.13. 17:01 수정 2019.03.13. 17:10 댓글 0개
박석호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장

‘민주화의 성지’, ‘문화·예술의 도시’, ‘음식의 고장’ 등…. 광주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기업하기 어려운 도시’, ‘일자리 없는 도시’, ‘살기 힘든 도시’가 떠오른다.

기업들은 더 좋은 환경으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다.

어디에서도 빛이 보이지 않았던 광주에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노사상생과 사회적 합의’라는 새로운 모델인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광주시가 공약을 내건 지 4년 7개월만에, 현대자동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지 7개월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 사업은 국내 완성차업계 근로자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을 지급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노사생상형 일자리 모델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높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도 많다. 그동안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국내 노사관계에서 새로운 노사상생 관계를 제시했다.

극한 대결로만 일관했던 노사문화 속에서 상생정신을 바탕으로 합의를 이끌어내 향후 노사관계 개선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지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일자리만 1만 2천여개가 창출되고 부품 등 연관산업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면 지역 발전의 새로운 호기가 될게 분명하다. 또 제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하고, 제2·제3의 광주형일자리 등 타 지방에 대한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협상 타결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제 막 첫 관문을 넘고 첫 발을 뗐을 뿐이다. 이런 기대 속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광주형일자리 협상 타결은 지역 노동계의 대승적 결단과 문재인 정부 및 광주시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인 원칙이 아닌 정치적인 논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장 급한 것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 유치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각각 590억원과 53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나머지 1천680억원은 외부 투자자로 부터 끌어와야 한다. 경쟁력 확보도 걱정거리다.

최근 GM 군산공장이 문을 닫고 르노 삼성이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등 국내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경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합작법인이 생산할 소형 SUV가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내고 연 10만대의 물량을 소화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국민들은 광주형일자리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염원하고 있다.

성패는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가 필수 요소다.

광주형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이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도 몇년 뒤 사라진다면 ‘불량한’ 일자리에 불과하다.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에서 나온다.

소비자들은 당분간 광주형일자리에서 만든 자동차를 구입해 줄 것이다. 하지만 품질이 떨어진 자동차는 오래가지 못하고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막 걸음마를 뗀 광주형일자리는 산적한 현안이 많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불가능하다’는 내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정부와 지자체, 기업, 노조 등 주체들은 상생정신과 대화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기 때문이다. 광주형일자리는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광주형일자리가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이 되길 소망해 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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