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결국 사죄와 참회의 언급, 한마디 않은 전두환

입력 2019.03.11. 17:34 수정 2019.03.11. 17:39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사죄는 커녕 참회의 표징도 보이지 않았다. 광주 시민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드러냈을 뿐이다.

피고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한 재판은 광주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종료됐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은 11일 오후 2시30분 법정동 201호 대법정에서 전 씨에 대한 심리를 열었다. 지난해 5월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표현과 발언 등으로 기소돼 10개월 만에 피고인 전 씨가 참석한 사실상의 첫 재판이다. 서울 집을 나서 광주로 오기까지 세간의 이목은 온통 그에게 집중됐던 바다.

예정된 재판 시각보다 2시간여 일찍 광주 지법에 도착한 전씨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신경질적으로 대하고 다소 엉뚱한 답을 되던지며 법정으로 들어섰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행한 부인인 이순자씨와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재판에 임한 전씨는 변호인의 진술이 장시간 이어지자 고개를 젖힌 채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씨측은 이날 법정에서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며 자신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 피소된 사안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전씨의 첫 재판은 그렇게 끝났다. 광주지법 주변에 모여든 수많은 시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그에게서 사죄와 참회의 발언이 나오길 기대했다. 지난 수십년간 되풀이 되고있는 80년 오월 광주의 왜곡은 사실상 그로부터 비롯됐다. 지만원씨의 가증스러운 주장, 자유한국당 김진태·김순례 의원 등의 망언도 마찬가지다. 반민주·반역사적 행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그에게 차라리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더 이상의 기대가 없는 그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일만 남았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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