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정녕 봄이 왔는가

입력 2019.03.10. 14:54 수정 2019.03.11. 08:56 댓글 0개

옛사람들은 봄이 봄같지 않음을 비유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했다. 시인 동방규는 불운한 여인 왕소군(BC50~AD21)의 한(恨)을 한가닥 싯구로 달래주었다. 흉노의 위력에 짓눌린 중국의 전한(前漢) 왕조가 그들을 달래려 시집 보낸 궁녀, 왕소군은 뜻밖에도 절세 미녀였다.

멀고 먼 북쪽 오랑캐 땅으로 팔려간 여인은 찬바람만 삭막하게 불어대는 그 땅의 봄이 봄이 아님을 절절하게 체험했다. “오랑캐 땅에는 꽃이 없으니(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봄이 왔으되 봄같지가 않구나(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수백년 뒤 한 시인의 가슴 적시는 시에 언급된 여인의 처연함은 매년 봄철이면 사람들의 입에 곧잘 오르내린다.

지난 겨울은 눈 다운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 계측으로 광주전남 적설량은 0mm에 그쳤다. ‘겨울이 겨울다워야’함에도 유달리 제 색깔을 내지 못했다. 하 수상한 계절의 시차 이동 속에 이 산 저 들녘은 그래도 봄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답지 않은 겨울이었지만 냉기를 뚫고 봄바람 앞에 선 나무와 꽃들이 잎새와 꽃망울을 터 뜨릴 태세다. 섬진강 강변길에 매화는 이미 그 모습을 활짝 드러냈다.

바야흐로 봄의 기운이 감지되지만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최악의 미세먼지로 이를 느낄 겨를이 없다. 마스크 부대로 전락한 국민들의 고통이 극한으로 치닫고 불만이 팽배해져서야 정부가 부랴 부랴 재난 사태를 선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여야는 초당적으로 미세먼지 관련 법안들을 처리키로 했다.

그래도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하고 비뚤어진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바로잡을 민생법안 등 각종 개혁법안은 여전히 표류 상태다. 연일 정치공세를 일삼던 특정 정당의 몽니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빚어진 현상이었다.

‘5·18 망언’을 일삼은 의원들에 대한 징치 역시 마찬가지다. 광주를 욕보이고 민주주의를 모독했으며 헌법질서를 외면한 그들 의원의 울타리는 냉전 수구의 틀에서 완고하기만 하다. 오히려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며 표독을 드러내고 있다.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뻔뻔함으로 일관하는 일본의 가증스러움도 국민의 분노지수를 드높인다. 청년층 등 고공 실업률에 비해 경제성장률은 하향 추세다. 국민소득 3만달러. 과연 선진국의 지표인가. 한반도에 찾아온 봄이 봄 같지않다.

김영태 주필 kytmd86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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