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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재판 나홀로 받겠다" 임종헌의 선택…왜?

입력 2019.03.05. 05:00 댓글 0개
양승태 여전히 상급자로 인식해 부담
위·아래서 혐의 부인…책임 전가 회피
오는 11일 첫 공판 나와 의견 밝힐 듯
병합시 유리한 양형받는 점도 고려해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후 첫 번째로 소환되고 있다. 2018.10.2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을 실행에 옮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나홀로 재판'을 요청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등과 함께 추가기소된 임 전 차장의 사건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에서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재배당됐다. 임 전 차장은 지난달 11일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기소되며 함께 재판을 받게 되자 기존 재판부에 사건을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이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여전히 상급자로 인식하고 함께 재판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심문에서 "임 전 차장이 '윗분들이 말을 안 하는데 제가 어떻게 진술하나. 그분들이 부인하면 내가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본인이 모든 혐의를 온전히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인 기획조정실장, 차장을 지내면서 각종 사법 농단 의혹의 실무를 관장하며 '중간 책임자'로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1일 퇴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보고되는 양이 엄청나게 많은데 다 기억하고 소화 못 한다"며 "모든 것을 사법부 수장이 다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밑에서 '과잉 충성'한 결과라는 것이다. 반면 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들 가운데 다수는 검찰 조사에서 "윗선에서 시켜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위에서는 과잉 충성의 결과물이라며, 아래에서는 지시의 결과물이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세 차례에 걸친 대법원 자체조사 결과는 임 전 차장 선에서 책임을 묻는 데 그쳤다. 임 전 차장은 자신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찾은 검찰 관계자에게 "정말 나에 대해서만 발부됐느냐"고 재차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 전 차장이 중간 책임자로서 모든 혐의를 자신이 안고 갈 것에 부담을 느껴 무조건 부인해왔던 기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 때부터 '죄가 되지 않는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이 외에는 줄곧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에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각종 의혹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개입 여부 등을 조사하려 했지만, 입을 굳게 닫아 큰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임 전 차장은 오는 11일 열리는 자신의 첫 공판에 출석해 직접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여기서 윗선과 선 긋기하며 제 살길을 찾아가는 전략을 택할 경우 상급자에 대한 부담이 '나홀로 재판'을 택한 이유임이 설명된다.

아울러 임 전 차장은 유리한 양형을 위해서도 병합을 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재판부에서 사건을 심리하면 한 사람에 대한 판단이더라도 개별 혐의에 대한 유·불리 양형 요소를 각각 판단받는다. 하지만 같은 재판부에서 한 번에 판단 받을 경우 공통된 양형 요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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