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농심(農心)을 품은 열정적인 조합장이 선출되기를

입력 2019.03.04. 15:21 수정 2019.03.04. 15:33 댓글 0개
강혜정 경제인의 창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요즘 농어촌을 중심으로 선거열풍이 불고 있다. 선거하면 내년에 치러질 21대 총선을 생각할 수 있으나, 다름 아닌 3월 13일 치러지는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다. 전국의 농·수·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선거다. 과거에는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각 조합별로 선거를 실시하였으나 과열 혼탁선거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아서 불법선거 근절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2015년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가 두 번째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로 전국 1천344개 농·수·산림조합에서 동시에 조합장을 선출한다.

그러나 전국 동시선거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여전히 ‘돈선거’, ‘깜깜이 선거’ 등의 각종 선거법 위반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농어촌인구 고령화로 조합원 수가 감소하고 있어 조합장 선거 유권자 수도 적은데다, 혈연·지연관계로 얽혀있는 농촌사회에서 한표의 값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품수수와 각종 불법, 탈법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조합장 직선제 역사는 1980년대 후반,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6·29선언과 권위주의 정권의 퇴장과 시기를 같이한다. 농협의 첫 출발은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의 제정과 함께 정부주도로 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조직되면서 시작됐고, 1958년에는 중앙회가 결성됐다. 1961년 농협과 농업은행을 통합하면서 종합농협이 발족했다. 1962년에는 ‘농협임직원 임면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면서 농협중앙회장은 대통령이, 단위조합장은 중앙회장이 임명했다. 중앙회 부회장과 이사는 농수산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회장이 임명하고, 감사는 농수산부 장관이 임명했다.

이렇게 농협은 조합원의 조직이라는 협동조합의 원칙이 무시된 채 관제조직으로 운영되었다. 이러한 임명제는 1987년 민주화 투쟁으로 1988년 특별조치법이 폐지되고 농협법이 개정돼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직선제로 뽑게 될 때까지 30년간 이어졌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은 농어민들의 협동조합이므로, 선거권은 조합원에게 있다. 조합장은 조합원을 대표하며, 조합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인사권과 사업 결정권이 주어지며, 총회와 이사회에서 의장이 된다. 권력이 따르는 막강한 자리이나, 한편 막중한 의무와 책임감도 있다. 조합장은 조합원이 생산한 상품의 판로와 유통이 원활하도록 도모하며, 조합원들이 필요한 자금이나 기술 또는 정보를 제공하며,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합장이 어떤 신념과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조합의 수익 규모가 달라지고, 조합원에 수익 배당 등 조합의 비전이 달라진다.

조합장은 중앙회와 협력하여 농산물 제값받기와 고품질 안전 농산물 유통에도 힘써야 한다. 조합장은 조합원의 농가소득 5천만 원 달성을 최선봉에서 견인할 리더이다.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 지역먹거리 발굴에도 혼신을 다하고, 농촌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농촌의 노인복지사업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농업은 식량생산이라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자연경관 및 환경보전,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160조원이 넘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농업인의 권익을 대변하고, 늘 농업인과 함께 하는 농심(農心)을 가슴에 품은 열정적인 조합장들이 3월 13일날 선출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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