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가 되어라

입력 2002.01.09. 14:52 댓글 0개
광대는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관객이 원하는 대로 춤을 추고 노래하며 연기를 한다. 제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광대로서의 의무를 포기한 것이다. 우리는 광대를 보면 배시시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광대는 아무리 개인적인 슬픔이 있다할지라도 우스꽝스런 표정을 결코 잃지 않는다. 이런 광대를 관객들은 좋아하고 장난치고 놀리기도 한다. 그럴수록 광대는 신명나게 관객을 위해 한바탕 질펀하게 놀아준다. 그러다 보면 광대와 관객은 어느 새 한데 어우러져 친구처럼 가까워진다. 고객을 상대하는 사람이라면 광대가 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본 모습을 온전히 그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광대로 분장을 해야 한다. 광대가 될 수 없다면 고객을 끌어 모을 수가 없다. 광대로서의 본분을 중간에 포기하면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한다. 광대는 어디까지나 광대여야 한다. 고객은 구입하려는 상품보다는 일종의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폼을 재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지불하려는 것이다. 고객은 무겁고 권위적인 고자세를 가장 싫어한다. 그것은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인은 광대의 입장이 되고, 객은 왕이 된 것이다. 아직도 ‘살테면 사고 안 살테면 말라’는 식으로 고객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고객을 위해서라면 몸을 낮춰 키 작은 광대가 되어야 한다. 고객의 밝은 표정을 위해 희극배우가 되어야 한다. 고객을 위해 충성스런 예스맨이 되어야 한다. 고객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주인을 싫어한다. 고객은 무표정이거나 무거운 인상과 대면해야할 이유가 없다. 고객은 자신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하는 주인을 똑같이 외면한다. 고객은 더 이상 상품의 차별화를 제일의 선택 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고객이 하는 수 없이 선택하는 상품이란 없다. 이제 거의 모든 상품은 장식품으로 진열되기 십상이다. 고객은 참으로 위대하다. 그런 고객 앞에서 광대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신일지도 모른다. 광대가 천박한 것은 절대 아니다. 광대로써 진면목이 표출될수록 오히려 대접받는 세상이다. 예전의 광대와는 그 개념이 사뭇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문의 : 514-4420)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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