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윤한덕 추모기념사업을 시작하며

입력 2019.02.28. 17:36 수정 2019.02.28. 17:51 댓글 0개
서해현 건강칼럼 서광요양병원장

올 설 전날이었던 지난 2월 4일 오후 5시경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센터장은 그의 사무실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로 죽어 있었고 그 앞 책상 위에는 설 연휴 재난대비, 외상센터 개선방안,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관한 서류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의 사망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특별하지 않은 수많은 죽음 가운데 하나로 생각했다. ‘과로 때문에 아까운 생명이 또 희생 됐다’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수많은 소식을 접하면서 그의 죽음에 평범한 인간의 사망 소식과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게 ?磯? 인간은 죽음 이후에 비로소 진정한 평가가 시작된다.

윤 센터장은 해남 출생으로 광주일고와 전남의대(41회)를 졸업했다. 수련의(인턴) 때,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죽음을 맞은 환자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서 응급의학과 의사 길을 선택하고 전남대병원에서 전문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2002년 개별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보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국립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획팀 팀장(서기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2012년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보건복지부에서 분리될 때, 부이사관이었지만, 공무원 신분을 포기하고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센터장으로 남아서 대한민국 응급의료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매진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응급의료를 설계하고 정착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할 정도로 헌신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오직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더니 결국에는 하나 밖에 없는 생명까지 다 바쳤다.

그의 사후, 자식들의 등록금 마련이 걱정인 어려운 가정경제 상태가 밝혀졌다. 그는 공무원의 특권을 포기하고도 응급의학 전문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재정적 이득을 취하지 않고 응급의료센터 업무에 전념했다. 진료수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포기하고 동료의사의 1/3에 불과한 보수에도 불평하지 않았다.

안양에 오래된 전세 아파트, 1억 빚, 미망인과 고등학교·대학교 학생 자녀 두 명. 이제 전업주부인 미망인이 생계를 책임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고 이 시대의 의인이다. 응급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간과 열정 그리고 그의 생명까지 내어주었다. 후진적인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응급환자 치료시스템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의료 현장을 대대적으로 변화시킨 결과 수많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민중의 생명을 사랑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기까지 하는 사람, 의인이고 영웅이다.

그는 독립투사이고 민주열사이다. 변화에 저항하는 공무원과 의료계의 반대를 뚫고 환자를 위한 이상적 모델을 추구했다. 응급의료 정책수립과 실천의 중심이었다. 응급의료의 기틀을 세우는 투사였고 자신의 몸을 바쳐 공고한 기득권을 깨부수는 열사였다.

그는 기적의 사람이다. 제대로 된 응급의료 시스템을 위한 그의 헌신으로 응급환자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다. 응급환자를 향한 마음과 국가응급의료체계 개선 사명감으로 자신의 몸까지 바친 희생 덕분이다. 예전에는 사망할 수 밖에 없었던 응급환자가 생명을 건지는 기적이 오늘도 이 시간에 일어나고 있다.

알리고 본받고 높이자. 윤한덕! 그를 알면 알수록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관련된 자료와 스토리를 수집하고 널리 알려서 공유해야 한다. 민중을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 맡은 일에 대한 성실과 열정,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덕목을 온몸으로 실천한 사람이다. 모든 국민이 본받을 모범이다. 그의 도전 열정 헌신 희생은 특별하다. 그의 숭고한 행적을 기념하고 높여서 이 시대의 사표로 삼아야할 것이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많은 이들이 윤한덕의 높은 뜻을 기리고 남겨진 가족의 어려움에 동참하려고 뭉쳤다. 전남의대 동창회를 중심으로 추모기념회를 구성하고 기념사업을 준비하면서 3월 말까지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다. 서울에서 해남 그리고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청년 노인 의사 공무원 농부 등 다양한 분들의 성금이 모이고 있다. 참여하실 분은 062)220-4019 (윤한덕 추모기념회)로 연락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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