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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월, 학교는 바쁘다
입력 2019.02.25. 17:01 수정 2019.02.25. 17:08 댓글 0개졸업시기가 빨라졌다.
광주시교육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지역 초·중·고교 313곳 중 1월 안에 졸업식을 시행한 학교는 전체의 83.7%인 262곳이다. 이는 광주만의 현상이 아니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255곳의 초등학교 가운데 83.1%인 212곳이 1월 졸업식을 했다. 중학교 127곳 가운데 96곳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2372개 초·중·고교 가운데 1천947개(82%) 학교가 12~1월에 방학식과 함께 졸업식을 했다. 초등학교는 전체의 90.9%, 중학교는 77.2%, 고등학교는 64.9%가 이 기간 학사 일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제주도는 전체 196곳 중 191곳(97.4%)이 1월 졸업식을 치렀다. 심지어 세종시는 관내 116개 모든 학교가 1월에 졸업식을 했다고 한다.
빨라진 졸업식으로 학사공백이 늘어나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져 탈선하는 학생들이 생기거나, 학생들의 안전관리가 느슨해지거나, 학습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시선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빨라져가는 졸업은 대세가 될 듯하다. 1월에 학사일정을 마무리하면 2월은 학교 시설을 점검하고, 교사들의 업무분장, 반 편성, 새 학년 교육계획과 교육과정을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교육청도 이에 맞춰 2월 1일 인사발령을 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바쁜 3월과 9월을 ‘교육청 차원의 출장 및 회의 없는 달’로 지정해 학교가 온전히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필자가 소속해 있는 학교도 1월에 방학을 시행해 2월에는 오롯이 새 학년을 준비하는데 노력을 쏟고 있다. 설 연휴 이후 새로운 업무분장 조정, 각종 연수와 시설 개보수 등으로 학생은 없지만 학교는 매일 바쁘다. 특히 혁신학교이기에 더욱 분주하다. 2월 14일에는 광주시내 중등 혁신학교 교장, 교감 이하 주요 부장들이 모여 2018년을 돌아보고 2019년 중점적으로 노력해야 할 사항들을 직급에 따른 높낮이 없이 열띠게 토론했다.
15일에는 혁신학교에 새로이 전입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가 열렸고,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학교 자체 연수가 있었다. 새로이 학교에 온 선생님들과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후 학교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 비전을 점검하고, 학년비전을 아이들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회의를 하는데 하루가 걸렸다. 그리고 고흥수련원에서 1박2일을 하며 2018년 교육과정 반성회에서 제기되었던 안건과 2019년 학사일정을 토론하고, 주제중심 교육과정을 세우고, 학년 생활지도에 대해 세세하게 논의하고 공유했다.
‘입학식을 어떻게 치를지, 아이들과 첫 만남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학급 자치와 학생 자치는 어떻게 세워갈 것인지, 1년 수업은 어떤 흐름으로 계획할 것인지, 학생상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학교 공간을 어떻게 살아나게 할 것인지’ 이 모든 것을 교사 혼자 고민하고, 혼자 준비하며 막막하게 3월을 준비했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하며, 함께 실천하고 반영하며, 더불어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며 새 학기를 준비하는 2월이야말로 가장 알차게 분주한 달이라고 볼 수 있다.
2월, 학교는 새 학기 준비로 바쁘다면 세계는 새로이 찾아오는 평화를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오는 27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된다. 지난해 싱가폴의 북미정상회담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이었다. 이제 두 번째 만남에서는 실질적인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의 소식이 들릴 것이라 모든 이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에 대한 통큰 결정과 함께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논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이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현실화되길 고대한다. 이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봄이 왔음을, 새로운 평화의 역사가 시작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회담 이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평화와 장벽이 없는 자유의 시대일 것이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교사들의 꽉 찬 스케줄 안에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대한 기대와 준비도 씌어져야 할 것이다. 2019년 2월은, 2020년 2월까지 1년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평화와 자유, 번영의 새 시대를 준비하는 역사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 <칼럼> 늘봄학교,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 '늘봄', 이 얼마나 예쁜 말인가? 봄처럼 포근하고 따사로움이 늘 함께한다는 뜻일 것 같은 '늘봄'. 그러나 이제 이 언어는 그렇게 쓰일 수가 없다.언어의 의미는 사회에서 규정된다. 아무리 좋은 언어라도 사회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언어의 오염이 시작되고 결국 그 언어는 이전의 의미로는 쓸 수 없게 된다. 나에게 '늘봄학교'은 '녹색성장'과 같이 그렇게 오염된 채 다가왔다.2024학년도 1학기 광주지역 늘봄학교, 신청에서부터 선정까지 학교 현장 갈등2월 현재 광주에서는 30여개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한 18개 학교 중 중17개교는 협의록이 없으며, 교장 결정 3개교, 교장과 교감이 함께 결정한 학교 1개교,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결정한 학교 2개교, 부장교사가 요청하여 승인한 학교 1개교 등 내가 속한 학교지만 어떻게 늘봄이신청되고 선정되었는지를 학교 구성원은 잘 모른다. 그래서 서로 의심하고 속상해한다. 이렇게 늘봄학교는 불필요한 학교 현장 갈등을 양산 시키고 있다.교사? 돌봄전담사? 일반직?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어"우리가 일 때문에 늘봄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늘봄학교 거부의 본질이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겠지만, 노동자에게는 일도 중요하다. 여전히 시간제가 많은 돌봄전담사의 업무도 아니고, 수업과 생활교육이 고유 업무이자 이것만으로도 과도한 노동을 하는 교사의 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일반직을 배정한다는 것도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있는 공무원 상황을 보면 실현 가능하지 의문이 들고, 기간제에게 맡기는 것 또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부추김과 동시에 결국은 기간제 공고부터 선정 관리까지 다시 학교의 업무가 되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안다. 학교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강요받은 업무를 그것도 과도하게 말이다.가장 중요한 사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는 '늘봄학교'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봄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늘봄학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무렵 내 마음을 훅 치는 기사 하나가 있었다. 기사 중에는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로부터 들은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엄마, 나는 초등학교 때 돌봄교실이 제일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엄마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고 학원에 가고 집에서 쉬는데, 난 혼자 돌봄교실에 갔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만나고 싶었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있는 게 폭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 안드는지? 어른들보고 그렇게 있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다수 집에 간다고 하지 않을까?늘봄학교에는 주체인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는 빠져있고, 즉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고민과 사유는 실종되었다.학교, 지자체, 무엇보다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필자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거린 적이 있다. 대한민국 보호자들이라면 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돌봄의 사회적책임이었고, 학교 현장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은 보호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보호자의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동시간 합의와 양육시간 확보도 해당될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저녁 있는 삶'과 같은 것이다.학교가, 지자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봄과 동시에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돌볼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천천히 가더라도 그렇게 가야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이 있다.그렇게 간다면 다시 '늘봄', 이 언어의 원래의 의미를 되찾아 진정 우리가 바라는 '늘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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