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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 1·2심 결론 판박이…신의칙 다시 강조

입력 2019.02.22. 18:24 댓글 0개
통상임금 1, 2심 판단 달라진 3가지
중식대·가족수당·휴일특근지원금 등
주요쟁점 상여금, 신의칙 판단 동일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강상호 지부장과 노조원들이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2.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법원이 기아자동차 근로자 2만여명의 통상임금 소송 2심도 1심에 이어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선고에서 달라진 건 중식대, 가족수당, 휴일특근 개선지원금 등에 대한 통상임금 판단 뿐이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 일부 요건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2심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22일 기아자동차 근로자 가모씨 등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근로자들은 1심에서 인정된 원금 3126억여원보다 1억원 줄어든 3125억여원을 지급받는다. 기아차 노조 측은 원금에 지연이자까지 더한 금액을 이날 선고 기준 4700억여원으로 파악했다.

1, 2심에서 통상임금 판단이 달라진 것은 크게 3가지다. '중식대'는 1심과 달리 소정근로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률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월급제 근로자의 통상수당 중 '가족수당'도 중식대와 마찬가지로 일률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에 대한 판단도 1심과 달라졌다. 2심은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은 실질적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휴일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이미 지급된 휴일근로수당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1심은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이 휴일근로수당과 구별되는 별도의 약정수당이기 때문에 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8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사측이 가장 방어하고 싶었던 부분은 인용금액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여금이다. 사측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설령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아차 상여금이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 일정한 지급주기에 따라 일정액의 상여금이 확정적으로 지급된 이상 상여금은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된 고정적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기준을 충족한다고 봤다. 1심과 같은 결론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 역시 1심과 그대로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2016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줄긴 했지만,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당기순이익을 남겼다"며 "2018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의 연평균 당기순이익은 약 1조7591억여원에 이르는데, 사측이 주장하는 통상임금으로 발생하는 우발채무를 모두 변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사측 주장을 반박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신의칙의 의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노사 모두 그동안 지난 2013년 12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임금수준과 통상임금 범위를 정했기 때문에 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와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 수준이 정비되기까지 다소 간의 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가씨 등이 소송을 제기할 때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하지 않다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인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부터 주장한 점 ▲'연 750% 상여금, 성과급, 여러 수당 항목 및 액수'가 시사하듯 그동안 기아차 노조 또는 근로자는 강력한 조직력과 결속력을 바탕으로 회사와 대등한 교섭력을 유지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임금을 지급받은 점 등도 언급했다. 이번 판결로 상당수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신의칙 법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전의 통상임금에 관한 당사자들 인식 및 실무 관행과 법해석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양자 간의 이익을 조정함으로써 구체적인 형평을 꾀하려는 고민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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