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기자수첩]인터넷은행, '메기'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019.02.22. 16:06 댓글 0개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스마트폰에서 몇 번의 '터치(touch)'만으로 대출이 승인되는 서비스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기 전까진 은행권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지난 2017년 첫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이 편리한 서비스를 내세워 흥행몰이를 했다. 그러자 보안문제를 핑계로 삼았던 시중은행들은 뒤따라 공인인증서 없이도 송금할 수 있고 비대면으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진작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관행에서 벗어나는 데 굼뜬 은행들을 움직이게 한 것을 보면 초창기 인터넷은행들이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은행권에 풀린 메기들은 시간이 흘러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간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힘을 쏟느라 서비스 혁신에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한 탓이다. 인터넷은행만의 참신했던 서비스는 그새 은행으로부터 추격당해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흔한 서비스가 돼버렸다. 인터넷은행이 아니더라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다양한 플랫폼도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제3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인터넷은행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도는 모양새지만 IT공룡 네이버 등의 불참으로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후발 주자로 도전장을 내민 곳들 모두 이미 은행을 갖고 있는 금융지주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얼마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지 미지수다.

빅데이터 규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 등 인터넷은행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여전히 곳곳에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몇년이 걸렸는데 각종 규제가 걷어지는 데에 또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대로라면 인터넷은행들이 계속 고신용자 대출 등 '안전빵' 사업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은행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애초의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가 흐려지는건 아닐지 우려된다.

경제부 조현아 기자

hach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