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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로 육체노동 정년 연장…중위험·중수익 상품 수요 커진다
입력 2019.02.22. 15:25 댓글 0개【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나이(가동연한)를 만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일할 수 있는 시기가 늘었다기보다는 노인 범위 축소로 이어지면서 복지와 연금수령 기한이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자금 마련 준비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모씨 부부가 한 수영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전날 판결했다. 평균 기대수명 증가 등 사회적 변화를 고려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1989년 만 55세이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상향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리고 법적 정년(현행 60세)도 연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회 전반은 물론 금융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보험쪽을 보면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등 배상책임 상품의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노동 정년이 늘면서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워진 노동 정년에 맞게 전반적인 국민연금 지급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개인연금, 퇴직연금,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연금시장 전반의 포트폴리오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퇴직평균 연령이 높아지면 퇴직연금 수령 개시 시점도 현행 55세에서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지급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자산 운용을 더 장기의 시계에서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고객들이 저위험·저수익 자산 위주로 소극적으로 운용을 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 투자 대상에 관심을 높이면서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더욱 늘어나리라는 전망이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대법원 결정으로 약 5년간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저성장 국면에서 일자리 수, 정년보장 시기 등도 더 늘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다"며 "이 때문에 마련된 공백으로 향후 가계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산에서 예적금, 부동산 등의 비중을 줄이고 중위험·중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은 이런 수요에 맞춰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더 다양하게 내놓아야 한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대법원의 결정은 금융투자업계에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간 2~3% 수익의 채권형 금융상품 등에서 만족했다면 이제는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가는 추세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관련 금융 상품 개발과 함께 PB 및 WM 등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은행 예적금에서 점점 비은행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옮겨가게 될 것"이라며 "이는 더 나아가 위험자산인 주식, 즉 기업에 대한 배당 요구가 커지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대법원 결정으로 개인들이 자산관리를 위해 금융회사 이용할 여지가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노동 정년 연장으로 언뜻 더 일할 수 있게 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년까지 일하는 사람은 소수인 것이 현실이다. 현재 주된 직업에서 퇴직하는 시기가 51세인 현실을 비춰보면 오히려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 및 복지혜택 지급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배경이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복지나 각종 연금의 혜택을 받는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운용 자산을 더욱 늘릴 필요가 커졌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개인의 자산운용 단계는 퇴직하기 전까지 축적하는 1단계,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 일부 자산을 꺼내 쓰며 운용하는 2단계, 죽을 때까지 꺼내 쓰기만 하는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이러한 개인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관리 컨설팅을 하기 보다 돈을 불리는 것만 강조해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2단계 자산운용 시기에 인생 이모작을 할 직업 알선 등의 서비스를 금융사들이 활발히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금융사들이 고객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해야 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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