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산다는 것···

입력 2019.02.21. 15:52 수정 2019.02.21. 16:01 댓글 0개
주종대 건강칼럼 밝은안과21병원 원장

2월 초에 설 연휴가 있었다. 설은 추석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이다. 전통을 고수하고 옛 것을 지키는 우리나라는 아시아 몇몇 나라와 함께 음력 1월 1일을 설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설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개념보다 옛 명절을 지키면서 떨어져 있던 가족과 부모님을 찾아뵙는, 가족애를 느끼는 휴일로 여기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설 연휴가 오지 않길 바라는 한숨도 늘어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가용 보급률도 높아지고 대중교통도 편해지면서 굳이 설이 아니어도 지방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는 것이 쉬워졌다. 더군다나 민족대이동이 일어나는 설 연휴에는 평소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하니 오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고생스러워진다. 설이 다가오기 전부터 한숨부터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그뿐일까. 대한민국 가정 절반 이상이 맞벌이 가정이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남성들의 가사분담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비중으로 육아와 가사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 그런 형편에 명절에는 시댁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가사노동까지 해야 된다는 스트레스가 전국 며느리들의 커다란 갈등요인이 돼버렸다.

필자의 가족들은 이런 일들을 줄이기 위해 내년 설부터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집에 있는 음식과 과일만 가져와서 설 당일 아침에 만나 간단한 차례상으로 제사를 지낸 후 떡국으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전통을 고수해서 생기는 불편은 최소화하면서 명절 전통을 지키려는 의미는 퇴색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명절이 괴로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다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할 가족 구성원 중에 오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바로 젊은 친구들이다. 이유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만큼 사회적 문제이기도 한 ‘비혼(非婚)’과 ‘취업’을 들 수 있다.

여러 이유로 비혼족들이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하겠다는 사람은 2008년 23.6%에서 2016년에는 12.5%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사람은 2008년 27.7%에서 2016년에는 42.9%로 증가했다.

왜 이런 응답들이 나왔을까? 취업이 어려워지고 겨우 취직이 된다 해도 결혼자금과 주택자금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과 나이 들어 은퇴 후 만족할만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거란 장담조차 어렵다. 이 모든 것들이 경제 저성장과 분배구조의 악화, 교육의 기능 부조화에서 생긴 일들이다.

명절에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젊은이들을 향해 “왜 결혼 안하냐?”, “직장은 들어갔냐?”, “누구네 아이는 이렇게 살더라”라는 말들을 삼가주길 바란다. 걱정과 우려에서 나온 말들이 그렇지 않아도 잔뜩 주눅들어 있는 젊은이들의 어깨를 더 짓누르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과 결혼 문제만큼이나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명절의 주 관심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는 다른 교육환경이 이제는 공부만 해서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게 됐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선행학습으로 고교과정까지 하려면 내신 성적과 다양한 학교 내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거기다 사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한다.

공부하느라 힘들어하는 아이들만큼이나 부모들의 시간적 정성과 경제적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속칭 SKY라 불리는 일류대학 진학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80%의 대한민국 가정에서는 이러한 교육적 투자 배경을 갖지 못해 소위 부의 대물림에 의한 교육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별반 남의 가정사가 아니다. 설 연휴에 만난 고3 아들을 둔 동생 부부에게서 들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와 친척들의 가정에서 모두 한두 가지 이상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었다.

젊은이들의 비혼 문화, 1인 가정, 만혼 그리고 출산율 저하에 따라 발생하는 인구 구조의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암초가 되어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아픔 속에 제대로 된 제도가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사람들의 한숨과 변화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필자는 설 연휴에 가족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몇 시간 동안 서재에 멍하게 앉아 있었다. 즐거워야 할 설 연휴가 대한민국의 앞날을 생각하느라 필자에게도 ‘명절증후군’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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