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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펠트는 패션계의 '폭군'?…모피·깡마른 모델 선호 논란
입력 2019.02.20. 13:45 댓글 0개인디펜던트 "샤넬에 다양성 확대 기대"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명품 브랜드 샤넬을 이끌던 카를 라거펠트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85세 나이로 별세했다. '패션계의 황제'로 불리던 라거펠트를 향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그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패션계의 악독한 문화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패션 제국은 '빛'만큼 '어둠'도 분명하다. 라거펠트는 모피와 가죽으로 만든 상품을 패션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인간의 사치를 위해 학대받는 동물을 만들어냈다는 비판이다. 왜곡된 여성의 신체를 강조하며 페미니즘 논란에도 시달렸다. 극우 발언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19일 거장을 향한 잇따른 추모 사이에서 냉담한 한 줄 평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세계 최대규모의 동물보호단체 PETA의 공동창립자이자 대표인 잉그리드 뉴커크의 발언이었다.
그는 "칼 라거펠트가 사라졌다. 그의 죽음은 모피, 이국적인 가죽을 갈망하던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PETA는 우리의 적수들이 사랑했던 그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썼다.
라거펠트는 인조모피와 인조가죽 대신 진짜 동물털을 활용하던 디자이너다. 그가 만들어 낸 펜디의 'FF'로고는 모피를 의미하는 '퍼-퍼(Fur-Fur)'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을 정도다.
모피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라거펠트는 "모피 산업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고기를 먹고, 가죽 제품을 사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진 않는다"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러나 샤넬 역시 작년 12월 더 이상 악어, 도마뱀, 뱀, 가오리 가죽과 모피를 활용한 제품군을 없애겠다고 발표하며 세계의 추세에 발 맞춰가는 모습을 보였다.
깡마른 모델만을 기용하며 여성의 외형을 획일화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는 2008년 "통통한 여성은 런웨이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 정도로 마른 모델을 선호했다. 2013년에는 영국의 인기 싱어송라이터 아델을 향해 "너무 뚱뚱하다"고 말하며 집중 포화를 받았다. 그의 저서에는 "마른 모델이 끔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TV 앞에 앉아 감자칩이나 먹고 있는 여자들"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그는 디올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이 만든 의상에 자신의 몸을 맞추기 위해 고령의 나이에도 40kg을 감량했을 정도로 몸무게에 혹독했다. 그의 강박적인 표준과 그로 인해 변해버린 패션계의 기준에 반발하며 프랑스 패션 에이전시들이 라거펠트에 소송을 거는 사건도 있었다.
페미니즘을 테마로 한 샤넬의 2015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그는 '페미니스트, 그러나 여성스러운(Feministe mais Feminine)'이라는 문구가 적힌 가방을 선보였다. 페미니스트들도 어쩔 수 없이 '여성스러운' 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의 페미니즘은 결국 여성 인권에 대한 몰이해를 배경으로 했다는 평가만을 남겼다.
그의 가장 황당했던 발언은 2015년 독일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었다. 유럽 난민 사태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수십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그는 "불필요한 결정"을 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인디펜던트는 "그의 천재적인 디자인은 계속될 것이다"면서도 "후임자인 비르지니 비아르가 이끄는 샤넬에서 더 많은 다양성이 발견되길 바란다"고 했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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