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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상교육, 제2의 누리과정 될까…재원 확보 관건

입력 2019.02.19. 18:26 댓글 0개
'교부율 인상안' 재정당국 설득해야
국회 법 통과·사학 협의 '산 넘어 산'
자율성·공공성 논쟁 후폭풍 '닮은꼴'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열린 '제3회 교육복지 정책 포럼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2.19. dadazon@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 전문가, 학부모단체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부율 인상이 최선"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기존 재원으로도 충분하다는 예산당국을 설득하기 위해 힘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공약 사항인 만큼 재정당국이 교부율 인상안에 동의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반기 중 야당을 설득해 관련 법을 통과시키고, 자사고·특목고·외고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시행 전후로 사립 고교에 대한 공공성·자율성 이슈와 맞물려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즉 누리과정 도입 이후 지금까지 후폭풍으로 이어진 사립유치원과의 갈등과 닮은 꼴이다.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고교 단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고교 무상교육은 박근혜 전 대통령 공약…반대 명분 부족"

고교 무상교육 정책연구를 맡았던 숙명여대 송기창 교수는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사범대학에서 열린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고교 무상교육 재원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8% 인상안을 우선 제시하고, 교육세 인상안과 누리과정처럼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가 여야 간 대치로 관련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송 교수는 "박근혜 정부도 공약으로 내놓고 추진했지만 결국 재원 확보 때문에 실패한 만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할 만한 명분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여야 간 파워게임으로 심화된다면 풀어나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상반기 중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이 되지 않았음에도 공약사항으로 밀어붙인다면 당장 2학기 고교무상교육을 위한 재정을 교육청이 떠맡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도 제주와 충남은 교육청 차원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과 2021년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 지방교육재정을 활용하려다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모두가 두려워 하는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 교수 역시 "누리과정도 당시 교부금 세수가 충분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 봤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세수가 줄면서 일어난 사태"라며 재정당국이 보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 18일 교부율 인상 성명을 발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교육계 "교부율 인상이 답"…자사고·특목고 지원 검토 의견도

토론자들은 누리과정처럼 한시적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 최진욱 장학사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재정교부금법 개정안처럼 0.87%포인트 인상안을 지지한다"며 "모든 교육감들이 한시적으로 교육비를 지원하는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혼란의 소지가 크다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대 김민희 교수 역시 "교육비지원특별회계를 설치하는 것을 덜 안정적이며, 실제 쓴 재원만큼 채우는 증액교부금을 부활시키는 방안 역시 현 시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내국세 교부율 인상 방안을 내세우며 "무상교육은 복지가 아니라 투자 개념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이라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무교육단계 정규 교육과정과 이수 과정의 수익자 부담 경비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담은 교육기본법 개정도 검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학의 자주성에 대한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향 제시 등을 위해 열린 '유·초·중등 사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사학의공공성 강화'를 주제로 기조발제하고 있다. 2019.02.14.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photo@newsis.com

참교육학부모회 나명주 회장은 "누리과정처럼 특별회계를 편성하자는 의견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지방교육재정 교부율 인상이 필요하고, 증세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무상지원 범위에 대해서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 학교운영지원비를 무상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최진욱 장학사는 통학을 위한 교통비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예로 들며, 특히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통학 외 교통비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 회장 역시 ▲교복 ▲급식 ▲체험학습 ▲방과후 활동 ▲체육복 비용 등 필요한 모든 경비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특목고나 외고, 자사고에 보내는 학부모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립고 수준의 학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연구진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는 특목고·자사고도 무상교육 대상으로 포함할 것인지 검토했지만 이 경우 바우처 방식의 지원금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지원방식부터 결정할 경우 고교무상교육 실현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봤다"고 밝혔다.

◇"사립고도 무상교육?…사학 의견수렴 없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등 관계자들도 찾았다. 이들은 발제와 지정토론이 끝난 뒤 "고등학교 공교육 40%를 사학이 담당하고 있는데 무상교육 관련 의견수렴 없이 정책연구가 진행됐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한 사학법인 관계자는 "사학들은 건학이념을 존중받아 제대로 교육하고자 하지만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향후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토론회와도 무관치 않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전국 시도 교육감을 대표해 고교 무상교육 실시와 맞물려 사립고등학교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 장학사 역시 토론 차례에서 "사립고에 무상교육을 지원할 경우 자주성과 공공성은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부 이주희 교육복지정책과장은 "이번 연구는 고교무상교육의 필요성과 소요되는 재정을 계산하는 데 방점을 뒀다"면서 "실제 정책 시행을 위해 논의할 때에는 충분히 논의해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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