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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명태(明太)와 생태탕
입력 2019.02.19. 16:59 수정 2019.02.19. 17:03 댓글 0개“명천(明川)에 태(太)가라는 성을 지닌 어부가 있었는데 어떤 물고기를 낚아 주방 일을 맡아보는 관리로 하여금 도백(道伯)에게 바치게 하였던 바, 도백이 이를 아주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으니 모두 알지 못하였다. 다만 이 물고기는 태가라는 어부가 잡은 것이니 도백이 이를 명태(明太)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이로부터 이 물고기가 아주 많이 잡혀 전국에 넘쳤고 이를 북어라고 부르게 되었다.”
조선 말기 문신 이유원(李裕元)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 나와있는 명태의 유래다.
명태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생선이었다. 흔하디 흔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많이 잡혔단 얘기다. 오죽했으면 ‘임하필기’에서 “아주 많이 잡혀 전국에 넘쳤고”라고 썼을까. 말 그대로 명태는 우리의 국민 생선이었다.
명태는 보통 몸 길이가 40∼60㎝ 정도 되는 바닷물고기로 정의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명태는 체형이 길고 눈과 주둥이가 큰 냉수성 어류로 분류된다.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데, 냉수성 어종인 탓에 우리나라 동해 이북에서 주로 잡혔다.
명태잡이가 가장 호황을 누렸던 건 1940년이었다. 당시 잡힌 양이 27만톤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이후 줄긴 했지만 1980년대엔 종종 연간 10만톤이 넘게 잡히기도 했다.
흔했던 탓에 명태는 국민 밥상 위에 한자리를 차지하며 서민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됐다. 말린 것은 황태로, 얼린 것은 동태로 소중한 먹거리의 재료가 됐다. 어린 것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노가리로 불렸다. 건조시켜 보관했다가 꾸덕꾸덕하게 구워내 간장 소스 등을 곁들여 내놓으면 술안주로 그만이었다. 어란은 명란젓으로, 창자는 창난젓으로 가공돼 밥상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명태로 끓여낸 생태탕은 으뜸이었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고 얼큰한 맛 때문에 오랜 세월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자리잡아왔다. 특히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애주가들에겐 인기만점의 해장국이었다. 뜨끈한 국물로 진한 땀 한바가지 쏙 빼고 나면 온몸이 개운해지는 게 숙취로 상한 몸 추스리기에 이만한 음식을 찾아보긴 쉽지 않았다.
이랬던 명태가 최근 귀해졌다. 어획량이 뚝 떨어지면서 더이상 국민생선으로서의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2007년 이후 어획량이 연간 1∼2톤 정도로 급감하면서 정부가 지난달 21일부터 우리나라 바다에서의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생태탕 판매 금지’라는 해프닝으로까지 이어졌다. 적발시 최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단서까지 달렸었다.
논란은 ‘국내산 생태에 한한다’는 정부의 후속발표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이 남긴 씁쓸한 뒷맛만큼은 쉬 가시지 않는다. 단순히 격세지감으로 치부하기엔 ‘국민 생선’ 명태의 위상 추락이 심상치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윤승한 사회부장 shyoon@srb.co.kr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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