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광양은 포근한 고향이자 생활의 터전

입력 2019.02.19. 11:54 수정 2019.02.19. 12:01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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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건대 젊음과 열정을 앞세워 공직에 몸담은 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 사이엔가 지나쳐 달아나 버린 바람과도 같은 실감나지 않는 세월이 흘러갔다. 그동안 비가오나 눈이오나 오직 소수직열 임업이란 최일선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열과 성의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해보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자랑 할 만한 뚜렷한 성과 없이 일선을 떠나는 아쉬움만이 앞설 뿐이다.

여러분을 만나 알게되고 또 함께 일하며 보냈던 지난 시간들을 제가 지금까지 지내온 그 어느 시간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광양시에서 공직을 처음 시작하며 저를 받아주고 키워주고 제 꿈이 자랄 수 있도록 해줬다. 그래서 광양은 제 어머니와 같은 포근한 고향이고 생활의 터전이었다. 이 좋은 생활을 뒤로하고 명예퇴직을 결정하면서 많은 선·후배님들과 직원들이 의문과 궁금함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언제가는 떠나야 할 직장생활의 가장 아름답운 모습으로 부끄럽지 않게 떠나는게 저에 대한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퇴직을 결정하면서 앞으로 제2막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나름대로 결정한 것은 현장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대학에서 임업교육과 마스터 교육을 강의 해보고 싶다.

공직생활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일 몇 가지 이야기 해볼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했던 백운산 생태숲을 조성하면서 관계규정과 지침이 명확하지 않는 상태에서 산림청 직원들을 모시고 개장식을 했던 일, 태풍 루사로 폐허가 되었던 하천섬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여 대한민국 대상을 받았던 일이 가장 보람을 느꼈다.

동광양시가 처음으로 시로 승격되면서 허허벌판에 중동공원, 마동공원, 광영공원과 도로변 가로수와 녹지공간을 조성했던 일, 처음 도입했던 후박나무가 동해로 모두 죽어 가슴 조이던 일, 지금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광양시에서는 임업분야 조직을 산림소득과, 공원녹지과, 휴양림 관리사업소를 세분화해 우리의 영역을 높여준 것에 대하여 더욱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마라톤에 심취되어 전국 메이저 대회 하프와 풀코스를 50회 이상 완주했던 일, 직장생활의 삶의 터전인 나무가 좋아 전국 100대 명산을 아내와 함께 찾아다니고 있는 일, 지금 주마등처럼 흘러간 옛 추억으로 간직돼 행복하기만 하다.

삶은 산 하나를 오른 것과도 비슷한 것으로 생각한다. 봉우리에 올라 발아래를 바라보면 세상을 다가진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눈을 들어 바라보면 올라야 할 봉우리가 또 있다. 중요한 것은 쉬어갈지언정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목표지점에 다다를 수 있다. 다 올랐다고 끝이 아니고 또 새로운 산을 찾아 올라야 하겠다. 오늘 이 시간부터 저는 다른 산을 찾아가려 한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과없이 직분을 다할 수 있도록 아껴 주시고 이끌어 도움을 주셨던 한 분 한 분의 은공을 충심으로 감사드린다. 삶의 굽이굽이마다에서 이루어졌던 고마운 분들과의 숱한 인연을 소중한 추억으로 가슴에 담아 간직해 가겠다.

비록 몸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평생 임업에 몸담아온 공직의 길이었기에 쉼없이 앞으로도 마음 한자락 걸쳐두고 살아갈 것을 약속드리면서 여러분의 배전의 지도편달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서희원 전 광양시 산림소득과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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