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사랑·감사를 지금 여기에서"···선종 10주기 추모미사 현장
입력 2019.02.16. 16:22 수정 2019.02.18. 08:27 댓글 0개【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오늘 이 자리는 그저 김수환 추기경을 추억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겪는 어려움과 도전이 있겠지만, 추기경님의 사랑과 감사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김수환(1922~2009)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미사가 16일 오후 2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76) 추기경은 강론에서 "김 추기경님은 인간의 마음 깊은 속에 있는 사랑과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셨다"며 돌아봤다.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용서, 나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는 것이다.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시대에 더욱더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중요한 정신이 그리운 이유"라고 짚었다.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김 추기경의 삶을 통해 되새겨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1968년 서울대교구장이 됐고, 1969년 한국인 최초로 천주교 추기경이 된 김 추기경은 '바보'를 가장 아름다운 수식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이날 단상에 올라져 있는 테이블에 걸린 액자는 2007년 김 추기경이 직접 그리고, '바보야'라고 쓴 자화상 원본이었다. 기꺼이 바보를 자처하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돌본 김 추기경은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특히 한국 종교계의 큰어른인 김 추기경은 모진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의 버팀목이었다. 대중과도 거리낌 없이 어울렸다.
염 추기경은 "특별히 1968년부터 1998년 일선에서 은퇴하실 때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서, 또 혼란한 시대에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우리 민족의 등불로서 빛을 밝혀 주셨다"고 기억했다. 특히 "하느님께서 김 추기경님을 통해 사랑과 나눔이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가치인지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여겼다.
"김 추기경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우리도 부르심 받을 때까지 서로 용서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또 나눠야겠다. 김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김 추기경님의 명복을 빈다"고 바랐다.
이날 추모식에는 5분가량의 김 추기경 추모 영상도 상영됐다. 그리움이 한껏 배인 침묵이 흘렀다. "내 나이 여든 다섯,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김 추기경의 담담한 음성으로 시작되는 영상을 바라보는 추모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기쁜 마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전한다. 교황님은 김 추기경님에 관해 소중하 기억을 많이 가지고 계신다"며 교황의 추모사를 전했다. 김 추기경에 관해 "한국 교회와 민주화 역사에 특별한 역을 상기하셨다"면서 "역사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사제로서 가난한 자들, 병들고 연악한 자들을 배려하고 복음을 전하며 헌신하신 용감한 사람 낚는 어부"라고 기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김용삼 제1차관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셨지만 낮은 자리에 서서 사람을 존중하신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대성당에 들어온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밟고 지나가야 할 것"이라는 김 추기경의 말씀도 기억했다.
과거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문 대통령은 "독재 정권의 어둠 속에서 젊은이들을 보호하고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면서 "힘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 우리 시대의 스승"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추기경 역시 관심을 쏟았던 한반도 평화 관련 언급도 했다. "추기경님은 한반도 문제도 결국 서로 믿고 사랑하는 관계를 만드는 평화의 문제라고 하셨다. 추기경님이 계셨다면 전쟁과 적대를 이겨낸 이 시간을 얼마나 반가워하셨을까"라고 여겼다. "오늘 김 추기경께 지혜를 물을 수 있다면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라'고 하실 것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것은 한국 교회와 사회의 큰 영광"이라고 했다. 또 김 추기경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해 비극적인 역사라고 슬퍼했다면서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한 것을 겨냥, "일부 정치인들이 5·18에 대해 모욕적이고 반역사적인 발언을 한 모습을 보신다면 김 추기경님은 어떤 심정으로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 선종 10주년 사연 공모전 '내 기억 속의 김수환 추기경' 우수상 수상자인 평신도 대표 문두연 씨가 추기경 추모시 '바보사랑 바보사랑'을 낭독하기도 했다.
또 예물 봉헌 시간에는 '0216 이음' 캠페인 모금액을 봉헌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0216 이음' 캠페인은 김 추기경의 선종일인 2월16일을 기억하며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서 3회째 펼치고 있는 특별 모금 캠페인이다. 지난해 11월19일부터 시작한 이번 모금에는 총 418명이 3910만5996원을 기부했다. 이 금액은 전액 의료 복지의 사각 지대에 있는 다문화 가족과 이주 노동자들의 치료비로 사용된다.
이날 추모 미사는 바보의나눔 재단과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명동대성당은 추모객 1000여명으로 빼곡했다. 성당 안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추모객들은 명동대성당 옆 꼬스트홀 건물과 야외 등에 나눠 앉아 김 추기경을 기억했다. 체감 온도가 영하를 밑돌았지만 추모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 추기경을 추억하고 추모하는데 집중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측은 이날 명동대성당을 찾은 추모객은 잠정 3000명으로 집계했다. 이날 미사는 가톨릭평화방송(cpbc) TV와 라디오, 유튜브로도 중계됐다.
김 추기경을 기리는 장식물인 명동대성당 앞 발광다이오드(LED) 장미 밭에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추모 인파가 몰렸다. 천주교 신자인 50대 이모씨는 "젊은 시절 김수환 추기경님 덕분에 인권을 알았고, 말씀을 명심하며 지금도 떳떳하게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명동대성당 주변에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옹기장학회 김 추기경의 뜻을 이어가고자 부스를 마련하고 안내했다. 김 추기경의 생가와 기념관이 위치한 경북 군위도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로도 김 추기경을 조명하는 다양한 자리가 마련된다. 18일 오후 8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는 기념 음악회가 열려 선율로 김 추기경을 추억한다. '내 기억 속의 김수환 추기경' 토크콘서트는 17일 오후 5시 명동대성당 코스트홀에서 열린다. 고인이 남긴 신앙의 유산을 되새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특별 미사는 3월5일 오후 7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
생전의 활동상을 담은 사진전은 23일까지 명동 1898광장에서 열린다. 성경·제의·제구 등 유품 전시회는 16일부터 6월30일까지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펼쳐진다.
김 추기경의 일생은 라디오 드라마로도 들을 수 있다. '바보, 김수환'을 월~금요일 오전 8시30분(재방 오후 5시50분) cpbc FM이 방송 중이다.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 안의 바보, 김수환'은 16~18일 오후 1시 cpbc TV로 방송된다.
LP제작사 페이퍼 크리에이티브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맞아 추모 바이닐(LP)을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김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도 제작한다. 정채봉 작 '바보 별님' 개정판이 원작인 '저 산 너머'를 리온픽처스 등이 제작한다. 4월부터 제작에 돌입, 내년에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배우 강신일, 이항나 등이 출연한다.
realpaper7@newsis.com
-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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