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쓰다듬고·껴안고·희롱하고···나쁜 교사들 법정행

입력 2019.02.14. 16:47 수정 2019.02.14. 17:27 댓글 0개
광주지검, 광주 2개 고교 ‘스쿨미투’ 9명 교사 기소
그래픽 뉴시스 제공

“학습 지도를 핑계로 등을 쓰다듬으며 속옷 끈을 만졌어요.” “교복 상의 단추가 떨어진 것을 보고 ‘그러면 남자친구가 좋아하냐’고 했어요.” “늦은 밤 집에 가는데, 집 앞에서 초콜릿을 건네며 고백하기도 했어요.”

‘스쿨 미투’를 통해 확인된 교사들의 성추행과 희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상적으로 제자들을 추행하거나 성적 농담을 건네 정서적 학대를 일삼은 고교 교사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전현민)는 14일 지난해 광주 지역에서 촉발된 2건의 스쿨 미투 사건과 관련해 윤모(58)교사 등 2개 고교 교사 9명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과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재판에 넘겨진 교사는 A고교 교사 2명, B고교 교사 7명 등 9명이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송치된 12명의 교사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했다.

이들 교사는 지난 2016∼2018년 재직 중인 고등학교에서 다수의 여학생을 추행하거나 언어폭력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피해자는 스쿨미투가 알려지면서 2010년이나 2013년의 피해 사례를 고백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생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속옷 끈을 만지거나 체육관에 물품을 돌려주러 온 학생을 껴안는 식으로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복 단추가 풀린 학생에게는 “이렇게 하면 남자친구가 좋아하느냐”고 희롱하거나 과일을 건넨 다음 “뭘 그리 급하게 먹느냐. 남편과의 첫날 밤에도 빨리할 거냐”는 식의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나 말고 다른 남자 생긴 것 아니냐”며 손목을 잡기도 했다.

또 청소하는 학생에게 심한 욕설을 하거나 지각한 학생의 머리채를 움켜쥔 교사는 정서적 학대 행위로 인정돼 기소됐다.

어떤 교사는 자정까지 여학생 집 앞에서 기다린 후 귀가하는 학생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애정고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너는 예뻐서 봐주는 거야”, “여자니까 나한테 애교를 떨어야 한다”, “여자 대통령이 나오니 나라가 이 모양이다”는 등 교사들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부적절하지만 정서적 학대라고 보기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서 발달을 저해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대법원 판례 검토를 비롯해 검찰 시민위원회 회의, 광주 해바라기센터 전문가 검토, 지검 부장검사 회의까지 거치면서 신중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교사들이 법 인식 부족과 사회적 의식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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