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여행의 동반자

입력 2019.02.13. 17:07 수정 2019.02.13. 17:15 댓글 0개
김항조 컬처에세이 광주관광협회 부회장

함께 여행을 갔다. 지금까지 쉽게 갈 수 없는 지역이었던 코카서스 3국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일정이었다. 항공편이나 계절적인 요인 때문에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얼마 전부터 방송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기에, 여행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전 답사 겸 실제 경험을 위해 지인 몇 사람과 함께 가기로 했다. 처음 만나는 곳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경치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건축물, 숙연해질 만큼의 역사적인 사건, 다양한 문화를 만나는 시간은 찰나조차 눈을 떼기 아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게 되면 담아두고 싶은 욕심에 사진을 찍는데 전력을 다하게 된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지인은 자세 또한 아름다워 집중 조명을 받기도 하였다. 순간 사소한 일로 언어의 충돌이 발생했다. 언어의 충돌은 감정의 충돌로 이어졌다. 여행이 시작된 지 여섯째 날 그 후부터 분위기는 서먹서먹해졌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동행자에 따라 여행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는 것을 종종 느끼기도 했지만 이렇게 실제 부딪히게 되니 불편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그 아무것도 아닌 사진, 아무리 찍어야 실재하지 않는 것인데 너무 감정의 소비를 해 버렸다. 함께한 사람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경험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각자의 관점에서 느낀 바를 이야기 하면 훨씬 좋았을 텐데 아쉬움으로 남았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지인이었기에 좋은 여행이 될 거라 믿었고 서로에게 서운한 점이 있어도 이해할 거라 믿었었는데, 너무 가까운 사이여서 기대감이 컸던 것일까.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했다. 하지만 상대방도 자신의 진심이라는 것이 있었을 터이니, 내 입장만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진심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호소다. 진심, 진정성은 주관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 남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어느 작가의 글이 생각난다. 그렇다. 진심이라는 것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 상대방에게 그 진심이 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각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것이다. 진심의 전달과 수용 사이에는 배려와 이해가 꼭 필요했던 것인데 그 순간 생각하지 못했다.

코카서스 여행의 10일 중 끝나갈 무렵 3일은 너무 불편했었다. 그러나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어른답지 못했던 것 같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은 교향악단의 여러 연주자들이 함께 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어느 한 연주가의 음이 이탈하는 순간 그 단락이 흐트러지면서 불협화음이 시작된다. 각자 맡은 악기를 가지고 자신의 연주에 충실해서 화음을 이뤄야만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듯이, 여행의 동반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과의 화합을 생각하며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고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알차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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