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나이테의 교훈

입력 2019.02.12. 16:48 수정 2019.02.12. 16:53 댓글 0개
김대우의 약수터 무등일보 부장

나무에는 나이테가 있다. 계절에 따라 세포분열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대체로 봄과 여름에는 세포가 빨리 자란다. 물이 충분히 공급돼 세포의 색이 연하고 면적이 넓다. 그러나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면 나무는 겨울을 준비한다. 세포가 천천히 자라 세포벽이 두껍고 색이 진하다. 이렇게 연한 조직과 짙은 조직이 번갈아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나이테다.

나무가 똑같은 속도로 자란다면 나이테는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일 년 내내 더운 열대 지방의 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나이테는 한 해에 한 개씩 생긴다. 이를 통해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나이테의 간격으로 나무가 어느 해에 잘 자랐는지, 또 어느 해에는 자라기가 힘들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나이테가 우리에게 주는 정보는 겨울에도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이다. 햇빛 한 줌 챙겨줄 단 하나의 잎 새도 없지만 나무는 차갑고 마른 땅에 몸을 박고 서서 봄을 준비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면 어느새 마디가 생기고 나이테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나이테는 견딤과 고통의 산물이다.

갑작스레 나이테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회자되고 있는 한국식 나이 때문이다.

지난 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국식 나이 셈법을 없애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만 나이를 사용하는데 유일하게 한국만 나이 세는 방법이 여러가지여서 불편하다는 호소다.

우리나라 나이 셈법은 크게 세 가지다. 태아 때부터 나이를 계산하는 ‘한국식 나이’를 비롯해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생일 때마다 1살씩 먹는 ‘만 나이’, 양력 1월1일부터 12월말 출생을 같은 나이로 묶는 ‘연 나이’ 가 그것이다.

이중 가장 익숙한 방식이 1살로 태어나 새해 첫날 1살을 더 먹는 한국식 ‘세는 나이’다. 고대 중국에서 유래됐다. 이 방식으로 나이를 셀 경우 12월31일생 아기는 하루 만에 두 살을 먹게 된다. 혼선이 생긴다. 때문에 대부분 국가들이 이 방식을 폐지했다.

우리나라도 민법상으로는 ‘만 나이’를, 병역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에서는 ‘연 나이 셈법’을 사용한다. 제각각이다. 불편 호소가 잇따르자 나이 세는 법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최근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공문서에 만 나이 기재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한국식 세는 나이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와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로 인한 갈등, 연령 정보 전달 혼선, 특정 월 출산기피 등의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그럼에도 태어날 때부터 1살을 먹는 한국식 나이가 생명존중사상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 마저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음력설을 쇠고 나자 사람들은 나이를 따지느라 부산스럽다. 한해에 꼭 하나씩 나이테를 갖는 나무가 어쩌면 더 지혜로운 겨울을 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대우 정치부 부장대우 ksh43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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