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물순환 선도도시 광주!’를 바라며

입력 2019.02.11. 17:25 수정 2019.02.11. 17:27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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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과 올 겨울은 극단적인 기상이변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지난 여름은 기상관측 이래 79년 만에 가장 무더웠고, 올 겨울은 1월 마지막 날을 빼면 강설(降雪)이 없는 겨울로 기록될 뻔했다. 장기간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 이상기후 현상이 이젠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에게 일상화되었고, 이제는 봄 가뭄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우리나라는 6월부터 9월 사이에 장마와 태풍으로 연간 강수의 약 68%가 내리고 이때 확보된 수자원을 통해 이듬해 농업용수나 상수원으로 이용한다. 최근 광주의 30년 연평균 강수량이 1,395mm인데, 2017년은 936mm, 2018년에는 1,427mm로 극단적 강우 분포현상을 보이는 것도 예사로이 볼 일이 아닌 듯 싶다.

보통 물의 순환에서 구름이 빗물이 되어 떨어져 강으로 유출되는 양은 전체의 약 58%이며, 나머지 42%는 땅과 수목(樹木)이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흘려보내거나 증발산(蒸發散) 시킨다. 농촌지역은 비가 내리면 상당량을 땅속에 머금어 천천히 유출한다. 하지만 도심지역은 갈 곳 없는 빗물이 아스팔트와 같은 불투수층에 의해 빠르게 강으로 흘러나간다. 이때 바닥에 쌓인 먼지와 오염물질을 함께 쓸고 내려가니 수질이 좋을 리 없고 흙탕물로 넘치는 강물색깔이 보기 좋을 리 없다. 비가 지나간 후에는 더 이상 흘러갈 물도 부족하니 건강한 물의 순환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하겠다.

최근 20년 사이 광주는 많은 택지개발이 진행되었으며, 광주의 불투수(不透水)면적도 1980년말 7.1%에서 2014년 24.5%로 급격히 증가하여 빗물은 그만큼 빠르게 강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광주의 지하수위가 최근 10년간 약 1m 정도 하락하였는데 강물에 공급되어야할 지하수가 부족해져 광주천 같은 도심하천이 별도로 유지용수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건천(乾川)화 즉 마른 하천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광주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환경부의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사업’ 시범 지역에 선정된 이후 광주시 전체의 물순환(water cycle) 로드맵을 수립하였고, 로드맵에 따라 상무지구의 물순환 개선을 위한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전의 자연적인 물순환이 이뤄지도록 개선하는 것이 물순환 선도도시 사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기법을 적용해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기 쉬운 구조로 도시환경을 변화시키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저영향개발(LID) 기법에는 노면에 떨어진 빗물을 바로 토양으로 침투시킬 수 있는 투수성포장, 건물 옥상, 도로면 등의 빗물을 빗물받이나 우수관을 통해 침투시키는 침투통, 침투관과 침투측구 그리고 가로수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수목여과박스와 식물재배화분 등이 대표적인 시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빗물을 일시 저장하였다가 이용할 수 있는 빗물저금통, 빗물저류조와 저류하였다가 서서히 침투시키는 빗물정원, 식생수로 등도 있다. 도시열섬을 완화하며 회색빛 도시를 초록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옥상녹화도 저영향개발 기법의 하나이다.

상무지구에 적용할 저영향개발 기법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역 보도와 가로수에 빗물을 잘 머금을 수 있는 투수성포장, 식물재배화분, 나무여과박스를 설치하고, 공공시설과 교육시설 등에는 침투통, 침투관 같은 침투형시설과 빗물저금통과 같은 빗물이용시설을 계획하여 교육홍보용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앞으로 계획한 물순환 체계가 성공적으로 복원된다면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바닥 먼지가 강으로 바로 쓸려가지 않아 더욱 깨끗하고, 또한 스스로의 힘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광주천, 영산강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물순환선도도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광주 전역으로 확산시키게 되면, 다시금 예전의 건강한 물순환이 이루어지는 도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재우(광주시 생태수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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