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무엇을, 누구를 위한 효율화인가

입력 2019.02.11. 14:53 수정 2019.02.11. 15:39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이제 전당 문제는 고개를 돌리기도 싫다. 법인화의 위험성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법인화는 안되지만 일원화는 해야하는 것 아닌가, 일원화도 반대한다는 것인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전당·아시아문화원 통합 움직임에 대한 본보 기사 ‘‘법인화 수순?’ 아시아문화전당·문화원 통합 착수‘(7일자 1면)가 나가자 반응이 갈렸다.

일부에서는 법인화는 안된다는 분위기를 전제로 하면서도 일원화는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법인화로 갈 수 밖에 없는 일원화의 위험성을 지적해온 시민사회단체와 문화계 관계자들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자체가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전문가 진영에서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구축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양새라는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말 그대로 ‘일부’의 소리없는 절규에 그치는 듯하다.

문광부의 문화전당과 문화원의 통합 논의는 지난 2015년 국회를 통과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올해 양 기관에 대한 조직진단을 거쳐 2020년 4월까지 일원화 하도록 돼 있다.

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 그렇게 해야하는가.

핵심은 이 법안의 태생적 본질의 문제에 있다.

이 법안은 ‘조성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이었나하는 점이고, 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 문제 의식 없이 법안을 따라야하는가 라는 근원적 질문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사회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급하게 전하자면 이명박근혜 정권이 조성사업에 구축된 악화를 저지하기위한 불가피한 마지노선으로 재검토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두 정권을 거치며 조성사업은 문화전당 사업 한가지에 머물렀고 전당마져도 인사와 예산 등을 축소하며 역할과 기능이 사실상 무장해제시키다시피 하면서 전당에 대한 지역사회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문화예술로 먹고사는 도시 모델, 지방자치와 한국형 문화도시 모델로 출발한 조성사업은 당초 400여명의 인원이 근무하며 창제작 발신지로 문화예술 작품을 전세계로 유통시킬계획이었다. 요즘 용어로 4차 산업의 최전선이 되는 것이다.

허나 이명박 정권은 운영에 필요한 인원은 커녕 국립문화기관의 핵심이라할 연구직(학예직)조차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국책사업의 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악화일로였다.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로 꼽는가하면 당초 차관급이었던 전당장 직급을 가급으로 하향조정하고, 2013년에는 정부공무원을 없애고 민간이 운영하는 법인화법안을 발표했다. 이에 지역사회 문화계와 시민다회단체, 정치권이 총력을 기울여 저지한 마지노선이 앞선, 2015년 개정안이다.

당시 이 법안에 깊숙이 참여했던 박혜자 전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이 과반이 넘은 상태라 새누리 요청(일원화, 2023년까지 국비지원)을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며 “최우의 방어선으로 시간을 벌어놓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원화와 국비지원 기간 등은 지역사회나 조성사업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더 있다.

똑 같은 국립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정원이 226명이고 박물관 수익사업을 대행하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3분이 1인 7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화전당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전당장 직급은 하향조정되고 전당 직원도 50명(그중 18명은 계약직이다), 수익사업을 하는 재단법인 문화원은 160명에 달하는 기형적 구조다.

조직과 인사만 살펴보면 지난 두 정권은 문화전당을 활성화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이 의도적으로 조성사업을 방해했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런데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가는 촛불정부에서조차 잘못된 기형적 구조를 정(正)으로 기정사실화하고 불구를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지역사회가 진지하고 심도깊게 살펴봐야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조성사업은 문화전당이 들어선 공간, 광주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관광산업이나 4차 산업과 맞물려 문화예술이 세계적 도시발전의 주요 전략으로 떠오르는 이때 한국이 문화예술적 자원이 풍부한 광주에서 그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국가적 전략이었고 꿈이었다.

그 꿈이 성공하는데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걸림돌인지, 지금 냉철히 돌아봐야한다. 그 길목에서 지역사회의 문화적 리더십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모두가 주인의 마음으로 살펴야한다.

조덕진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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