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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몸, 일하는데 더 이상 장애물 되지 않아요”
입력 2019.02.06. 14:03 수정 2019.02.06. 17:25 댓글 0개의료 세탁 전문기업 장성 백양실업
직원 30% 이상 지적 장애인으로 구성
기숙 생활하며 인성·사회성 함께 길러
장애인의 생산활동 참여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도, 또 함께사는 사회를 위해서도 이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기업, 중소기업, 식당 등 우리나라의 모든 사업장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5%만이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장애인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해 불쾌하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기막힌 일도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시행된지 28년째지만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요원하고 갈길은 아직도 멀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과 더불어 생활하는 상생을 통해 모범을 보이며 회사 발전을 도모하는 기업이 있다.
◆ 장애인과 더불어 근무
장성 황룡면에 위치한 의료기관 전문세탁 기업인 백양실업. 57명의 직원 중 세탁 업무를 맡은 직원은 50명. 이중 15명이 장애인이고 다문화 여성도 7명이 근무하고 있다.
백양실업 사무실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인 ‘장애인 표준 사업장 인증서’, ‘BF 사업장 인증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가 걸려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직원 30%를 장애인으로 구용해야하는데, 백양실업은 이 기준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백양실업 장애인 직원들의 업무 속도는 대체로 비장애인보다 느리지만 결과물의 질까지 떨어지는 건 아니다.
백양실업은 비장애인 직원이 장애인 직원을 돕는 상호 교육 체제를 구축해 개인의 능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 지적장애인 직원이 입사 3년 만에 담요 파트 팀장이 돼 팀원들을 이끌 정도다.
백양실업은 장애인 근로자가 일하기 편한 환경이 조성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연면적 1천500평, 2층 규모인 공장은 세탁물 입고실과 분리실, 세탁실, 다림질실, 정리실, 출하실 등으로 구분돼 각 공정에 맞게 작업이 진행된다.
백양실업은 공장 전체를 무장애 시설로 리모델링하고, 장애인들이 숙식할 수 있는 전용 기숙사를 완비하는 등 모든 면에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은 근무환경을 만들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2016년 12월 백양실업을 호남 최초로 ‘BF 예비 인증 기업’으로 지정한 점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의료기관 전문세탁 업체는 단순업무이면서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염 세탁물과 비오염 세탁물이 하나라도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2차 감염과 병원균 노출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백양실업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15명 중 2급 지적 장애인이 10명에 이른다. 지적 장애인이 업무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비장애인보다 더 필요하다. 이들은 통상 2개월 정도 꾸준히 가르치고 기다려주면 숙달된 솜씨로 높은 능률을 선보인다.
백양실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장애인들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이 곳에 취업상담을 하러 온 상당수의 장애인 가정들은 장애인 자녀들 때문에 원만한 가정생활을 하기 힘들어 했다. 자녀들을 보살피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하소연들은 전갑수 사장은 공장에 기숙사를 차렸다. 이동 시간도 줄이고, 장애인들의 시간·건강 관리에도 수월해졌다.
기숙사생활을 통해 처음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난폭하던 장애인들도 동료들과 어울리며 익숙해져 갔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2대가 같이 근무하기도 했었고, 형제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애 직원들의 표정도 밝아지고, 그 가족들로부터의 고맙다는 인사도 받곤 했다.
이 업체가 장애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를 제공하면서 무너져 가는 장애 가정을 살리고 있다는 부수적인 사회적 기능도 가능해진 것이다.
전갑수 백양실업 사장은 “장애인들이 업무 숙달까지 2~3개월 걸리지만, 단순 작업이 많은 업종이라 충분히 가능하다”며 “또 장애인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까지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귀찮고 힘들었지만 아끼고 배려하는 사랑과 관심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때로는 ‘장애인은 세탁을 못한다’는 편견과 폄하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장애인 직원 수를 늘리고 있다”며 “비장애인 직원만 있으면 수익이 더 높아지겠지만, 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더불어 일하면서 생기는 장점이 더 많다. 다른 직장에서도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지역 장애인 고용률은 얼마나
광주지역 50인 이상 의무고용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3.42%다. 전국 평균 2.74% 보다 높은데다, 전북, 제주, 강원에 이어 4번째로 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지역이다.
광주에는 7만여명의 장애인이, 전남에는 14만명의 장애인이 있다. 광주 전체 인구의 2.7%, 전남 전체 인구의 5.6%가 장애인이다.
이 중 광주 장애인의 고용률은 33.4%, 전남은 40.9%다.
광주의 민간 기업체 수는 583개, 여기서 근무하는 장애인은 3천639명으로 고용률은 3.42%다. 광주의 국가.지자체의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중 장애인은 332명으로 고용률은 4.27%다. 공공부문에는 221명(3.06%)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전남의 민간 기업체는 722개. 여기에 2천856명(고용률 2.87%)이 근무하고 있으며 국가·지자체의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중 장애인은 772명으로 4.74%의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전남의 공공 부문에 일하고 있는 장애인은 1천319명(2.96%)다.
광주시·전남도와 산하 지자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시도 교육청의 고용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광주·전남지역 시도청과 교육청, 산하 기관의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을 보면,광주시와 5개 구청에서 29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의무고용률은 214명인데, 81명이 더 근무하고 있어 장애인 고용률은 4.51%로 가장 높다.
전남도청 역시 의무고용은 628명이지만 실제 728명이 근무하면서 고용률은 3.78%로 기준치보다 높다.
반면 시교육청은 의무고용인원 363명 중 238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남도교육청 역시 의무고용인원은 652명이지만 현제는 369명이 근무, 고용률 1.81%에 머물고 있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 "카데바를 공유한다고?"···시신기증 서약한 가족의 분노 [서울=뉴시스]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부실 우려에 기증된 해부용 시신(카데바)을 의대 간 공유하고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후 의대에 시신 기증을 서약한 가족들이 "고귀한 뜻으로 기증된 시신을 마치 도구로 보는 것"이라며 항의문을 냈다. (이미지= 연세대 의대 졸업생 페이스북 캡처) 2024.03.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부실 우려에 기증된 해부용 시신(카데바)을 의대 간 공유하고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후 의대에 시신 기증을 서약한 가족들이 "고귀한 뜻으로 기증된 시신을 마치 도구로 보는 것"이라며 항의문을 냈다.연세대 의대 출신인 맹호영씨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맹호영 외 5명 일동'으로 "스스로 혹은 부모님의 몸을 사후 연세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기를 서약한 본인 혹은 가족"이라면서 "(카데바 부족 문제는)의대증원이라는 문제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을 좌시할 수 없어 항의문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앞서 박 차관은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는 1년에 기증되는 카데바 수가 약 1200구 정도인데 실제 의대에서 활용되고 있는 카데바 수는 800구 정도이며 400구가 남아 다른 학교에 공유하고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현재 교육·연구 목적의 해부에 필요한 시체의 수급은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시체 해부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대개 해부에 사용되는 시신 기증은 고인이 의학 발전을 위해 생전 기증 의사를 밝히면 기증을 원하는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이뤄진다. 이후 시신을 인계받은 의대생, 전공의 임상 교수 등의 연구와 교육에 쓰여진다.맹씨는 "너무도 잘못된 개념에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우선 박민수 차관이나 정책 관련 공직자들께서는 한번이라도 기증된 시신을 이용하는 해부나 연구 과정을 시작하는 첫 시간이나 마지막 시간, 혹은 추모식을 참관, 아니 간접적으로 현장에 대해 설명이라도 들어 보셨느냐"고 반문했다.그러면서 "해부학 실습 외에도 많은 연구를 하는데 필요한 시신이지만, 특히 모든 의대생은 본과에서 첫 학년에 반드시 해부학을 이수해야만 다른 과목을 들을 자격이 주어진다"면서 "해부학 실습실에서는 환한 웃음이나 농담도, 음식이나 음료도 금지되고 이를 어길 때는 심각한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기증해주신 분들과 이를 허락해주시는 가족들 없이 의사가 되기 위해 받는 교육의 첫 단추를 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어 "해부학은 단순한 우리 몸의 구조나 명칭이 아닌 생명이 떠난 신체를 마주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다"면서 "또 400구의 시신이 남는다는 발언은 시신 처리와 교육 준비 과정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 아니라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기증된 시신이 의과대학 교육용으로 활용되려면 거의 반 년 간의 방부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또 "해부학은 갓 시작한 의대생들에게 생명이 떠난 고인의 몸을 통해 배우며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두려움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과정인 것을 아시는 분이라면 마치 어떤 물건의 재고가 있어 나눌 수 있듯 “남는” 혹은 “공유” 라는 표현은 하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이들은 카데바를 의대 간 공유해도 부족한 경우 수입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전형과 변이를 배울 기회를 우선하기보다는 단순히 수가 부족하면 “수입”해 숫자를 채우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몰이해에 대한 실망과 함께 이런 분들이 과연 의학교육과 수련 정책에 얼마나 신중하실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암담할 뿐"이라고 밝혔다.전 세계 의대에서 필수과정으로 인체 해부를 채택할 정도로 해부는 몸의 구조를 공부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하지만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카데바 뿐 아니라 실습을 이끌 해부학 교수도 크게 부족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이들은 "본인이나 가족은 단 한 분이라도 의학교육을 위해 시신 기증 서약은 하셨는지 알고 싶다"면서 "실습 후의 시신이 피부, 근육, 신경, 혈관, 뼈, 두개골 부터 발끝까지 어느 것 하나 성하게 남는 것이 없는 줄 가장 잘 알면서도 우리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한다는 가치 아래 모인 연세대 의대를 신뢰하고 존중해 시신 기증을 약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저희가 아는 다른 시신 기증자 가족분들도 대개는 '나를 치료해준 고마운 병원'과 '나의 자식을 의사로 만들어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준 고마운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한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씀하신다"면서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이 다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연세대 의대에 사후 시신 기증을 서약한 가족들은 특히 해부용 시신은 올바른 시신기증 문화의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이들은 "기증된 시신이 부족해 고민하는 학교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신 기증자와 그 가족을 존중하고 감사히 여기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고귀한 뜻으로 기증된 시신을 마치 도구로 보는 듯한 표현을 하는 사람이나 정부 부처는 의학교육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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