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양림동에선 눈길 닿는 모든게 작품이다

입력 2019.02.01. 09:41 수정 2019.02.14. 09:51 댓글 0개
관 주도 역사문화마을도 관광객 이어지는 긍정효과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사업 등 주민 삶으로 이어져야
관광객 유인 위한 프로그램·접근성은 아직도 숙제
광주양림동 펭귄마을 은주말이아닌평일에도경상도와경기지역등지에서찾아오는발길이이어지고있다.골목곳곳마다버려진생활용품과 낡고오래된집기들이예술품으로,장식품으로재탄생해관광객을붙든다. 

근대 기독교 역사가 숨 쉬는 광주 남구 양림동이 문화·예술 특화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주민이 가꾼 정크아트로 최근 몇 년 새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펭귄마을을 시작으로 근대 선교 문화의 발원지라는 지역의 고유성을 살리는 작업도 올해 마무리된다.

‘지역 대표 관광지 양림동’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근대 기독교 역사문화자원이 산재해 있어 앞으로도 광주관광의 성지로 꼽힐 전망이다.

수피아여학교를설립했던유진벨을기념하기위해건축된커티스메모리얼홀.

◆정크아트의 마법, 달동네 살린 ‘펭귄마을’

후미진 달동네의 한 주민이 낡은 생활 집기들로 골목을 꾸미기 시작했다.

골목 곳곳이 쓰임이 다된 생활 집기들로 채워질 때마다 이곳을 찾는 발걸음도 늘어갔다.

벽시계, 플로피 디스켓, 접시 등 고물 취급을 받던 낡은 물건들이 정크아트로 탈바꿈하면서 마을 분위기까지 180도 바뀌었다. 지역 대표 관광명소로 이름을 올렸다.

주민의 손으로 일군 지역 대표 관광명소.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의 이야기다.

오늘의 펭귄마을은 마을 촌장으로 불리는 김동균씨가 2013년 6월부터 재활용품, 폐품으로 골목을 꾸며온 것에서 비롯됐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교활동을하다순교한양림동22인과전주순교자23인의선교사묘역.

2017년 양림동 202-27번지 일원 12만8천997㎡를 대상으로 양림동2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이뤄지면서 주민들이 정든 터전을 떠나기도 했다.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펭귄마을 역시 마을 존치에 초점을 맞춰 현지개량방식으로 추진됐다. 이곳을 일궈온 원주민들이 지역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주에 합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구는 당초 이 일대에 어린이공원 조성을 계획했으나 펭귄마을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지역의 대표 관광명소가 탄생하면서 2016년 어린이공원 대신 문화공원으로 정비구역을 변경 지정했다.

펭귄마을을 보존하면서 ‘역사문화마을 양림동’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어린이공원은 인근 건축물을 5%밖에 존치하지 못하지만, 문화공원은 60%까지 존치할 수 있다.

문화공원 내 콘텐츠는 광주시가 추진하는 공예특화거리로 채워진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펭귄마을과 문화공원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남구의 설명이다.

공예특화거리의 공방체험 등 콘텐츠 보강은 물론 근대 기독교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해 오래 머무는 관광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1914년건립된오웬기념각.

◆근대 문화·역사·예술의 보고 ‘양림동’

버드나무 숲으로 덮여있는 마을을 뜻하는 양촌과 유림이 더해져 ‘양림’이라 칭해진 이곳은 광주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로 손꼽힌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등 근대 건축물과 이장우 가옥 등 선교·역사 문화재와 다수의 근대 역사 문화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일제 치하 서울과 인천에서 시작된 기독교 전파는 목포와 군산을 거쳐 양림동에 유입됐다. 유진벨 선교사에 의해 양림교회와 숭일학교, 수피아학교가 건립됐으며 오웬 선교사는 광주선교부를 개설하고 의료봉사에 힘썼다. 광주나병원과 제중원은 우일선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다. 광주지역 최초의 기독교 전례지인 양림동이 개화기 선교 건축문화의 보고로 평가받는 이유다.

현재까지 보존된 주요 문화재·문화자원은 충현원, 선교사 묘역, 우일선 선교사 사택, 수피아 홀, 수피아 옛 강당, 원스브로우 홀, 커티스메모리얼 홀, 광주기독병원(제중원), 최승효 가옥, 이장우 가옥, 선교 기념비, 오웬기념각 등이다.

특히 1910년 건축된 우일선 선교사 사택(1921년 증축)은 광주 내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다.

이같은 역사문화자원을 되살리는 일은 지역의 고유성을 살리면서 오늘의 문화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다. 양림동 일원에서는 2009년부터 선교유적 및 생태숲 복원, 전시·디자인 등 콘텐츠 개발을 골자로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마무리를 앞두고 있으며 근대 선교유적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마을, ‘광주의 예루살렘’으로 거듭나고 있다.

1910년건축된우일선선교사사택.

현재까지 ▲순교자 기념공원 조성 ▲문학소공원 조성 ▲선교사 사택 보수 ▲근대사립학교·의료원 기념관 건립 ▲양림숲 조성 ▲커뮤니티센터 건립 ▲마을 주차장 조성 ▲정율성로 정비 ▲경관개선 ▲전시시설사업 ▲이강하미술관 건립 등이 완료됐다.

근대 선교유적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탐방객도 느는 추세다.

양림역사문화마을 탐방객은 2012년 6천140명에서 2013년 1만1천950명, 2014년, 1만2천20명, 2015년 8만명, 2016년 15만명 등 5년 만에 24배 이상 늘었다.

유진벨선교기념관만 해도 지난해 3만3천975명이 방문했다. 2016년 4월 15일부터 2017년말까지의 방문객 2만5천305명보다 많다.

지난해 2월 9일 개관한 이강하미술관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개관 이후 지난해 말까지 1만5천598명이 방문했다. 같은 해 7월 2일에는 1종 미술관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1900년대양림동전경.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남 선교사 문화의 발원지임에도 시민들이 실제 선교사들의 정신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소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관리주체 부재를 비롯, 문화유산에 교육시설이 엮여 개관을 하지 못하는 문화유산이 많기 때문이다.

유적 기념물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있음에도 대학시설 내부에 자리하고 있어 탐방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장소를 이전해 전시하는 방법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유대용기자 ydy2132@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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