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기다림

입력 2019.01.29. 17:10 수정 2019.01.29. 17:12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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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태아의 선택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엄마 젖을 얻기 위해 소리 내어 울었고 초등학교 입학과 설날을 손꼽았다. 학교공부를 끝내며 직장을 애타게 찾았고, 해변의 연인을 노래하는 약속시간도 있었다. 늘 기다림이었다. 오늘도 다를 게 없다. 그 끝은 있는 것일까? 죽음이라는 생각이다. 요즘에 장례식장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그럴 나이와 위치가 된 것도 같다. 고인의 영혼 21그램은 이미 빠져나갔지만 육신은 바로 떠나지 못한다.

저세상으로 가는 길에도 후손들의 서운함을 덜어주기 위해 문상객을 맞이한다. 최소 삼일을 보낸 후에야 다비장으로 간다. 꽃상여는 리무진으로 바뀐 지 오래다. 시대를 따라 변해가는 장례방식이다. 편리성과 경제성이 종교를 넘어 하나가 되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러 들어갈 차례다. 여기서도 기다리라 한다.

이렇게 삶의 끝을 보며 무념무상, 그러면서도 또 바동거린다. 그래야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만큼 사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윤회 인생이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거, 이 세상은 하느님의 천지창조와 말씀이 먼저였고, 만상은 발명이 아닌 발견일 뿐이라 믿으면서도 질투와 시기, 이해관계가 얽힌 험담을 계속한다. 한 아버지가 낳은 형제도 다투는데, 믿음이 같다고 어쩔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해본다. 다를 알 수는 없지만 시작과 끝이 하나요, 시공의 한계와 생사의 경계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욕심을 반복한다. 마치 때를 맞춰 밥을 먹듯이 한다. 쉬 바뀌지는 않을 거지만 영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현대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절대의 한계치(100억년?)가 지나면 지구도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수많은 선과 면이 한 점으로, 새로운 천지가 창조될 거다. 푸르른 청춘이 셀 수 없는 낮과 밤을 지새우고 그 후손들이 하늘의 별처럼 창대하여 대 우주로 퍼져나가는 언제일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고민할 일은 아니다.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을 재밌게 잘 살면 된다. 주어진 일을 서두르지도, 힘들어하지도, 경쟁으로만 보지 말고 참고 또 참고 기다리는 일이다. 유한세상을 사는 우리가 무한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옛 석가모니, 공자, 예수, 무함마드가 그랬던 것처럼 나만의 몸을 만들면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해 나가면 된다.

60갑자 현상세계의 하나인 무술년이 막바지다. 기해년이 시작된다. 출근 길 아침안개가 창밖 석양빛이 되었다. 하루, 한 주, 한 달이 또 지나면 봄여름가을은 가고 다시 겨울이 온다. 그래도 오늘이 있어 좋다. 봄의 소리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매화를 따라 옥매화가 피고나면 개나리와 진달래, 모란과 목련, 벚꽃이 이어진다. 작은 마당의 할미꽃도 고개를 내밀고 무궁화는 여름내 피고 질 꽃망울을 만들어 간다. 포도와 어름나무는 겨울 내 얼었던 줄기를 데워 줄 물을 빨아올려 새콤한 열매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이런 꿈이 가득한 지난밤이었다. 오래 하지는 못했다. 장 닭이 울어대는 소리에 인시를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 이른 아침을 열었다. 개 짖는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나 아닌 누군가도 일찍 시작한 모양이다. 밤잠을 다 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을 게다. 혹여 새해 인사이동에서 그의 바람이 다 이루어지지 못했는가 싶다. 답답한 마음이었을 거고 많이 울기도 했을 것이다. 한 달여 소망한 결과를 들고 사무실을 돌며 손에 손도 잡았겠지만,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바로 놓았을 거고, 눈도 마주치기 싫었고, 원망도 했을 것이다. 그게 다는 아닌데도 오래전 누구 또한 마찬가지였다.

콧물눈물 속에서 비몽사몽 걷다가 차에 걸리고 담벼락에 부닥쳐 눈두덩이 찢어진 채, 다 필요 없다며 무작정 떠났었다. 다시 일상을 찾고선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다음이 있잖아.‘ 시간이 지나면 패인 상처에 새살이 돋듯 새 기운이 오른다는 걸 배운 것이다. 아직도 누군가가 울적하다면, 스스로에게 ‘수고 했어, 내 욕심만 챙길 수 있나, 그래 다시 해보는 거야.’하면서 다독거려주시라. 마음이 따뜻해 질것이다. 행복해진다. 축복과 행운도 따라온다. 가슴 속 뜨거운 열기가 솟아오르게 될 거다. 이제 잠시 기다릴 차례다. 숨을 참는 그날까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곧 설날이다.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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