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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다 떠나는 KBS, 공영방송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입력 2019.01.24. 10:43 수정 2019.01.24. 11:13 댓글 0개
왼쪽부터 유일용, 유호진, 서수민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공영방송 KBS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유일용(40), 유호진(39), 서수민(47) 등 스타 PD들이 잇따라 퇴사,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2016년 KBS N, KBS미디어 등과 공동출자해 외주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했지만 저조한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유일용 PD는 2년6개월여 간 이끈 KBS 2TV 간판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 연출 자리에서 내려왔다. 사의 표명 후 휴식 중이며 아직 퇴사 처리는 되지 않았다. MBN 이적이 가장 유력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PD를 포함해 몇 명의 PD들이 단체로 MBN 이적을 준비 중이다. MBN은 유 PD에게 ‘자유롭게 팀을 꾸리고 마음껏 재량을 펼쳐보라’고 제안했다.

MBN은 JTBC, 채널A, TV조선 등 경쟁 종합편성채널들이 지상파 PD 영입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뒤늦게 스타 PD 영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인력 집단유출에 ‘고소’ 등을 거론하며 MBN에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MBN은 KBS의 눈치를 보며 유 PD의 이적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MBN은 23일 “확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1박2일’ 출신 유호진 PD도 최근 몬스터유니온을 떠났다. 2016년 6월 3년여 간 맡은 ‘1박2일’ 시즌3 메인 연출 자리를 유일용 PD에게 내줬다. 그해 11월 몬스터유니온으로 소속을 옮겼다. 이후 ‘최고의 한방’(2017)으로 드라마 연출에 첫 도전했다. 영화배우 차태현(43)과 공동 연출해 신선한 재미를 줬지만, 시청률 3~5%대로 화제성은 떨어졌다. 다시 예능 PD로 돌아와 선보인 탐험 버라이어티 ‘거기가 어딘데??’(2018)도 2~4%대의 부진한 시청률을 보였다. 유 PD는 tvN 이적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박2일’ 출신 나영석(43) PD와 이명한(49) tvN 본부장과 함께 낼 시너지 효과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수민 PD도 몬스터유니온 예능부문장에서 물러났다. 서 부문장은 1995년 KBS 입사 후 ‘폭소클럽’ ‘개그사냥’ ‘개그콘서트’ 등 주로 개그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으로 통한다. ‘프로듀사’(2015) ‘마음의 소리’(2016~2017) ‘최고의 한 방’ 등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의 경계도 확장했다. 독립제작사 설립설이 들렸지만, 탁현민(46)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후임으로 청와대행이 거론되고 있다.

애초 몬스터유니온은 본사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립됐다.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말 예능 부문을 정리했다. 2017년 매출액은 156억원(드라마 87억·예능 69억원)이지만, 제작비가 이를 상회해 당기순손실이 53억원에 달했다.

KBS 관계자는 “유효진 PD와 서수민 부문장이 퇴사 의사를 밝혀 예능 부문을 철수한 것은 아니다”면서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 대비 수익이 크지 않다. 드라마 제작에만 집중해 역량을 강화하면 실적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업, 종편 출범 등으로 너무 많은 인력이 유출 돼 안타깝다”면서도 “KBS는 공영방송이라서 제작비, 인력 투자에 한계가 있다. 우리라고 JTBC ‘SKY캐슬’ 같은 드라마를 안 만들고 싶겠느냐. KBS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PD 개인에게는 케이블·종편 등에서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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