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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모녀' 쓸쓸한 죽음…어머니 치매·생활고 추정

입력 2019.01.22. 17:43 댓글 0개
중랑구 망우동서 모녀 숨진 채 발견돼
서로 다른 방서…경찰 "타살 혐의 없어"
인근 주택가, 월세 30 등 저소득층 많아
공과금 체납 없어 사회 안전망 비켜간 듯
"'방문 대상' 65·70세 도래자 포함도 안돼"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10여 년 간 단둘이 살아 온 모녀는 어머니의 치매, 생활고 등으로 인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복지 안전망에 포함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서울 중랑경찰서, 중랑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망우동의 한 반지하 월세 주택에서 김모(82)씨와 딸 최모(5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발견 당시 각자 다른 방에서 숨져 있는 상태였고,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10여년 간 돌보던 딸이 어머니를 먼저 죽게 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딸도 대학 시절부터 대인기피증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1차 소견에서 모녀의 사인을 질식사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렸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 김씨가 받는 노인 기초연금 25만원이 이들이 받아 온 정부 지원금 전부였던 점 등을 감안하면, 이들은 취약계층에 해당됐을 가능성이 높다.

모녀가 살던 집도 작은 창문 하나에 창살이 달린 일반적인 반지하 월세방이었다. 중랑구 일대는 대체로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같은 변사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망우3동 주택들의 경우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인 저렴한 방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몽골인들도 이 근방에 방을 많이 잡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중랑구청은 모녀의 생활고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왜 사회 안전망은 이들 모녀를 작정한 듯 비켜갔을까.

일단 이들이 공과금 체납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체납 가구 등의 명단을 기반으로 위기 가정을 파악하고 있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단전가구, 단수가구, 건보 체납 가구의 경우 명단이 오고, 그것을 기반으로 위기가정을 방문한다"면서 "위기 가정 판단 기준이 현재로써는 그것(체납 확인)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65세·70세 도래자 방문을 통해 위기가정 발굴 작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녀는 여기서도 예외였다. 어머니 김씨는 82세, 딸 최씨는 56세로 해당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이 내용을 설명하며 "참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들은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이들 모녀처럼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등 소득 열람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한 적이 없으면 지자체 측은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데 애를 먹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었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통장으로부터 위기가정 제보를 듣고 전화를 하면) 요즘은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면서 "요즘엔 개인정보가 강조되다 보니 발굴 작업이 더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wrcman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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