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지방자치 촛불혁명’으로 지방의회 제대로 돌게 하자

입력 2019.01.20. 13:23 수정 2019.01.20. 13:49 댓글 0개
김성 아침시평 광주대 초빙교수 / 前 무등일보 편집국장

경상북도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공식적인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을 안내하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지방의회가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고를 친 지방의원이 중앙당의 징계를 피하고자 잽싸게 탈당해버리자, 예천 군민들이 일어나 고향의 명예를 훼손한 군의원 9명 전원이 사퇴하라며 연일 항의 중이다.

“없애자” 불명예로 번진 기초의회

방송 패널들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70%가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반대했다고 거품을 물고 있고, 심지어는 “할 일 없는 기초의회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덩달아 제재할 안을 마련 중이다.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민간인으로 구성하고(현재는 지방의원이 포함됨), 여행계획서를 30일 전에 제출하도록(현재는 출국 15일 전) 한다는 것이다. 부당한 공무국외여행을 하면 그 비용을 환수하고, 해당 지방의회 관련 경비 총액한도를 삭감하자는 안이다. 자칫하다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까 걱정이다.

그러나 피땀 흘려 얻어낸 풀뿌리 민주주의를 쉽게 내팽개칠 수는 없다. 현재의 지방자치는 1990년 10월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지방자치 실시 등을 내세우며 13일 단식투쟁 끝에 얻어낸 것이다. 따라서 “없애버리자”는 무책임한 발언보다는 지방의회, 또는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병적(病的) 요소를 획기적으로 도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지방자치의 근본 문제는 두 가지, 즉 ‘권력의 사유화’와 ‘국민 감시의 부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국민이 맡긴 권한을 개인의 사적 권력으로 이용하는 관행이 굳혀져가고 있다. 지방 선출직에 대한 공천권을 지구당 당원들이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하고 실질적으로는 지구당 위원장인 국회의원이 쥐고 있어, 지방 선출직들이 우르르 줄서기하는 모습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행정은 지방의원들의 견제·감독을 귀찮게 여겨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지방의원들도 본연의 임무보다 군림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

둘째, 이런 일은 법 앞에서 낮잠 자는 국민들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지방민의 뜻을 위배하는 지방의원은 법에 따라 소환(주민소환제)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를 귀찮은 일로 치부해버리고, 시민단체들이 애써 보지만 동조 유권자가 많지 않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방의원들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국민을 우습게보고 멋대로 행동하게 된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소환할 법조차 없다. 그들의 안하무인은 결국 법률적으로는 권력을 쥔 ‘국민’(헌법 1조 2항)의 방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 탓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예산상으로는 ‘20%자치’, 권한 상으로는 ‘30%행정’에 불과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징징대면 찔끔찔끔 돈(교부금)과 권한(지방이양)을 나눠주면서 여전히 ‘수퍼 갑’ 행세를 하고 있다. “나라 일은 중앙정부가 알아서 할테니 자치단체는 지방자치 시늉만 내라”면서 지역불균형과 중앙통제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지방선출직들은 “20%자치는 현행 법률과 중앙정부 책임이므로 나와는 무관하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하여 근본적으로 치유하려면 ‘40%자치’‘50%행정’이라도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 촛불혁명’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돈과 권한을 대폭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고 ‘동반자’관계로 몸을 낮춰야 한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둔 뒤 자체수입으로 지방공무원들의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월급을 깎든지 적자부분에 대해 공동으로 변상토록 해야 한다. 잘못하는 선출직은 가차없이 주민들이 소환할 수 있도록 현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기회’를 주고 ‘책임’을 따져야 지방 선출직들이 정신을 차린다. 지금은 ‘기회’도 주지 않고 ‘책임’도 묻지 않는 지방자치법이다.

‘기회’ 주고 ‘책임’ 따지는 지방자치 필요

결국 예천군의회 파문은 중앙정부-국회의원-지방선출직-국민들이 지방자치 문제점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하거나 함께 즐기는 ‘공범’관계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땜질 처방만 계속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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