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이 시대 참 의료인 임세원 교수가 남긴 과제

입력 2019.01.15. 15:13 수정 2019.01.15. 15:27 댓글 0개
조선희 법조칼럼 조선희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조울증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의하여 무참히 살해된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사망사건으로 정신질환자의 관리와 의료진의 보호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조울증이란 정신과에서는 양극성 장애라는 병명으로 부르는데 양극성 장애는 기분에 따라 행동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지닌다. 인구 1%가 조울증 환자라는 통계이고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구분이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임교수 사건 처럼 공격적인 환자에 대한 격리도 쉽지 않다.

우리 법에서는 정신질환을 가진 응급 환자의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야 ‘응급입원’(정신건강 증진법 제50조)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 3일이내의 기간 동안만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정신건강증진법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고 입원하는 ‘자의입원’(동법 제41조)과 정신질환자가 보호 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입원하는 ‘동의입원’(동법 제42조), 행정기관에 의한 행정입원‘(동법 제44조)도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법에 규정한 내용들이 너무 허술하다는 데 있다. 응급 입원의 경우 3일만에 퇴원할 수 있는 데다 또 정신질환 환자가 약을 먹고 있는지 확인할 길도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원칙적으로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도록 돼 있어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보호자가 입원을 동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정실질환자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허술한 정신질환 관리자 규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라는 측면도 있지만 중증 정신질환자 10만이 넘는 시대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같은 문제로 임세원 교수 사건도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우리 현실에서 정신질환자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자발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지 않거나 보호의무자가 충분히 관리하지 못할 때 그 위험은 사회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런 심각성을 의식해 국회도 이른바 ‘임세원 교수법’을 서두르고 있다. 임세원 법의 주요 방향은 크게 세가지다. 의사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대책인 보안 요원 배치, 진료실내 비상벨, 비상공간 등의 설치를 비롯해 치료중단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책인 본인의 동의 없더라도 퇴원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전달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외래치료명령제’도입, 진료실내 폭행행위에 대한 처벌강화 등이다.

물론 의사들의 안전 담보와 정신질환자들의 관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법만으로 해결할수 없는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마음 놓고 치료받을 의료시설 확충도 중요하다.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 받는 환경’이 임교수가 우리사회에 남긴 마지막 과제가 아닌가 한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반시민들로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단순히 사회와 격리되어야할 환자가 아니라,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적절히 치료 받아야할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신과 진료만 받아도 낙인 찍는 사회는 결코 마음 놓고 치료 받을 환경이 아니다. 임세원 교수가 “힘들어도 오늘을 견디어 보자, 우리 함께 살아보자”는 뜻은 모두 같이 사는 세상을 꿈꾼 참 의료인의 오랜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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