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하늘을 나는 돼지의 비애

입력 2019.01.14. 17:57 수정 2019.01.14. 18:02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구름 위 하늘을 나는 돼지, 꽃잎 위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돼지, 여행을 떠나 여유를 즐기는 돼지, 자연 속에 꼭꼭 숨어 자신만의 시간을 찾고자 하는 돼지 등 다양한 꿈을 꾸는 돼지.

지역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돼지 모습이다.

매해 신년이면 그 해 동물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돼지해를 맞은 올해도 여전하다. 지역 갤러리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돼지를 주제로 전시를 마련했다.

온통 행복한 돼지다. 꿈에 나타나면 돈과 재물을 가져다 주는 ‘돼지 꿈’쯤으로 이해하면 될 법하다.

그런데 전시장의 돼지들이, 구름위를 날고 꽃잎 위에서 노니는 돼지들이 불쌍하다. 우리는 돼지를 이처럼 귀하게, 소중한 존재로 대접하고 있는가. 돼지는 멍청함과 게으름 나태의 상징이다. 누군가에게 던지는 ‘돼지같다’는 비유는 칭찬이 아니다. 그뿐인가, 일부 애완용을 제외하면 지상의 모든 돼지들이 인간의 먹이로서만 의미가 있다. 험악한 환경에서 사육 당한다.

전시장의 돼지가 진짜 돼지인가 다른 종의 먹이가 되기 위해 반 생명적으로 사육당하는 돼지가 진짜인가.

돼지와 관계없이 인간들 필요에 따라 그들을 신화적 존재로 떠 받들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단박에 천덕구러기로 전락시킨다. 애먼 돼지 참 할말 많겠다.

어찌 돼지만의 일이던가. 고양이도 여우도 신화 속에서 신묘한 동물로 등장하다가도 간사하고 영악한 동물로 치부되기 다반사다.인간의 약삽함, 이중적 행태는 어디까지일까.

사람에게도 얍삽하게, 필요에 따라 얼굴을 달리한다. 동물에게도 그렇지만 이 얍삽함이 감정과 마음, 생각을 지닌 사람에게 향할 경우 심각한 폭력이 된다.

“나는 그대로 인데, 필요에 따라 검찰를 보호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검찰을 공격하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잘못된 조직문화를 개선하자고 촉구하고 있을 뿐이다. 연장선상에서 진정으로 검찰을 사랑하며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동료후배 검사들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지난 겨울 광주를 찾았던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의 이야기다.

임 검사는 검찰내 게시판을 통해 조직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인사포기한 검사, 불편한 검사로 낙인이 찍힌 검사였다. 또 조직의 공공연한 성폭력을 정식으로 문제제기하자 소위 ‘xx잡아먹는 검사’, ‘꽃뱀’이라고까지 내몰렸다. 이후 과거사위 사건에 대해 검찰 역사상 최초로 무죄구형을, 그것도 담당검사 변경을 거부하고까지 친 ‘사고’로 징계를 받았다. 문제적 검사라 주홍글씨는 더욱 깊어졌다.

그들이 두려워한 건 당최 승진이나 출세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일을 열심히하며 원론으로 직진하는 그녀가 조직은 부담스럽고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임 검사가 검찰을 변론하는 검사로 언론에 등장했다. 영화 도가니를 보고 후배 검사들이 힘빠져할까 걱정됐다. ‘문제 검사가 많지만 대한민국 검사가 저 지경은 아니다’라는 생각이었다. 후배들 격려차 올린 글이 검찰 홍보글이 됐다. 검찰 수뇌부가 떨어진 검찰의 위신회복을 위해 임 검사의 글을 자료로 뿌린 것이다.

졸지에 정치검사로 전락했다. 검찰 비판하더니 이제는 비호하냐, 정치할 거냐, 등등. 온갖 내외부의 폭력적인 시선에 시달렸다.

검찰만 얍삽한가. 배경을 따져보지도 않고 그 철의 장막 안에서 혈혈단신으로 버텨온 한 검사를 정치 운운하며 일거에 나락으로 내몬 대중의 얍삽함도 만만찮다.

“버텨내니 그래도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좋은 검사도 많고 세상은 그래도 변한다. 살아생전에 진실이 밝혀지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그래도 한 5년, 10년 버티니 세상이 달라지고 있지 않은가.”

‘돼지 꿈’으로 상징되는, 부의 선도자로 추앙받는 그림 속 돼지는 행복할까.

제 동료들이 시 사막에서 천대받고 죽음으로 가기위해 피둥피둥 살찌워지는 현실은 어지할 것인가.

신년 벽두 혹여 내 식으로 대상을 재단하지는 않았는지, 나 편하자고 대상의 환경과 처지는 나몰라라 한건 아닌지 하늘을 나는 돼지에 비추어 보면 어떨까 싶다.

조덕진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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