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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0만원을 주고 가신 어르신께
입력 2019.01.10. 19:30 수정 2019.01.11. 08:04 댓글 0개광주 서구에 사시는 박 어르신께.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어르신의 크신 마음씀에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각종 사고와 비극으로 얼룩진 연말 연시였지만 어르신께서 보여주신 행동은 한 줄기 빛이 되었으며 따스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광주 서구청을 찾아오셨습니다. 한 손에는 그날 아침에 보셨을 무등일보 신문지를 들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르신께서 보신 기사는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그런 종류의 장애를 가진 어린이 이야기였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또래 아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적는 것을 보고 자신도 연필을 들었지만, 좀처럼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지 못해 읽을 수 없었습니다. 평소 아이를 눈여겨본 생활복지사님이 아니었다면 그 편지는 그냥 버려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무수히 중첩된 행운으로 편지는 광주 서구청의 희망플러스 소원성취 프로젝트 담당팀으로 전달됐습니다.
기사로 그 소식을 접하신 어르신께서는 다시 28일 구청을 찾아오셔서 5만원 현금 6장과 편지를 전해 주고 가셨습니다. 그마저도 구청 1층으로 직원을 불러 성금만 안겨주고는 뒤돌아 부리나케 구청을 떠나셨지요.
편지에는 친손자를 향한 것처럼 간절한 어르신의 마음이 담겼습니다.‘마음이 아파 작으나마 저의 정성이니 겨울에 따수운 옷이라도 한 벌 사주고 가족끼리 저녁식사라도 대접했으면 한다. 이만 실례합니다. 서구 거주 박’
그렇게 어르신 덕분에 그 어린이는 조만간 또 한번 웃음지을 것 같습니다. 저조차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대에, 그래도 아직 종이 신문이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세상이 급속하게 변하는 시대지만 다시 기본을 생각하게 하고, 걷는 속도가 다른 이들도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폐지를 줍는 어르신 기사를 보고 아버님이 생각난다시며 100만원을 전해주신 두 아이 어머니께도 함께 감사드립니다.
벌써 몇 년째 소원성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서구 지역보장협의체 한가족나눔분과를 포함해 어려운 여건에도 타인을 위해 기부하고 봉사하는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추운 계절을 녹이고 희망찬 2019년을 맞이하길 기원합니다.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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