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부모의 힘

입력 2015.10.29. 08:33 수정 2015.10.29. 08:36 댓글 0개
박병훈 교육칼럼 광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한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천 가지 언어 중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다. 열세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이자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글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들도 자신의 꿈을 한국어 교사라고 당당히 밝히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이 사용하는 말과 글에 생각이 이르면 마음이 아려 온다. 너무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욕설이 약방의 감초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모든 말이 ‘씨’자로 시작해 ‘씨’자로 끝난다.


한양대 연구팀이 초등학생 1600여 명과 중·고생 43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들의 99%가 ‘깝치다’, ‘존나’ 등의 특정한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언어사용 행태는 남자아이들이나 여자아이들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모범생과 비행청소년 사이에도 차이가 없다. 욕을 사용하는 아이나 듣는 아이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 자녀들은 친구들과의 대화 중 사용되는 ‘패드립’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용어일 수도 있는 이 말 뜻은 ‘패륜 애드립’의 줄임말이다. 일상에서의 대화 장면에서 뿐만 아니라 카톡이나 온라인 게임 도중에 부모를 걸고넘어지며 욕을 하는 은어이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언어가 있다. 1930년 뉴기니의 고립된 고원에서 100만 명의 석기인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문명세계와 4만 년 동안 격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시켜옴으로써 현대 문명을 창조해왔다. 또한 언어를 통해 문화를 발달시켜왔다.


그래서 언어는 한 사회가 지향하는 문화에 관한 정체성과 역사의 단면을 나타내주기도 한다. 어떤 사회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 성격, 심리상태 등이 담겨 있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인간의 집인 것이다.


인간의 언어가 사고와 행동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인간은 생후 몇 주안에 언어를 학습할 수 있다.


벤자민 워프는 사람이 말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사고 특성을 결정한다는 언어상대성 가설을 주장했다. 벤자민 워프가 주장하는 언어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어느 한 사람의 세계관은 사용하는 언어의 단어에 따라 일차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울에 내리는 눈과 관련해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는 에스키모인들과 뜻이 한 가지밖에 없는 영어권 사람들의 눈에 대한 사고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미 짐작한 것처럼 에스키모인들이 눈의 형태와 조건에 따라 다양하고 풍부한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단어의 범위가 좁은 영어권 사람들과는 다르게 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우리 청소년에게 건강한 언어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이유는 사용하는 언어대로 사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도구다. 이런 점에서 살펴보면 우리 자녀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욕과 비속어는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녀들의 언어 사용 행태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자녀들의 언어는 그들의 정체성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돌아 온 자녀가 “우리 담임 존나 어이 없어!”라는 표현을 했을 때 지적이나 가르치려는 자세보다는 담임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잘못된 언어 사용을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자녀들은 비속어의 의미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하기도 하고 그 비속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정적인 단어의 사용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비속어나 욕은 인간의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인 뇌의 변연계를 활성화시켜 분노와 폭력을 야기한다는 점을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다. 학업과 관련하여 윽박지르고 몰아붙이기를 하면 자녀들은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이는 욕의 사용을 증가시키고 분노나 공격성의 표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부모의 언어폭력 습관을 자제해야 한다. 말에는 씨가 있다. 씨는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한다. 부모의 말은 자녀들에게 말씨가 되게 하는 힘이 있다. 부모의 격려와 칭찬의 말은 자녀들에게 생각과 행동을 긍정적으로 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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