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은 구두? 아니 이젠 양말!
입력 2015.10.12. 13:45 댓글 0개“패션의 완성은 구두”라는 오랜 통념이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운동화’라는 초강력 대체재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과거 “정장 구두에 화이트 컬러 스포츠 양말을 신으면 안 된다”는 패션가 불문율에 언급되는 것이 전부였던 ‘양말’이 벌이는 쿠데타의 여파다.
물론, 그 주역은 블랙, 그레이, 브라운 등 무거운 컬러에 작은 패턴도 하나 없는 ‘정장 양말’은 아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신을 법한 화려한 컬러와 다채로운 패턴의 ‘패션 양말’이다.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거의 모든 남성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양말 코너가 눈에 띄었다. 진열된 상품은 정장 양말이 아닌 패션 양말들. 20대를 겨냥한 영캐주얼 브랜드로부터 30~40대가 주 소비층인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까지 마찬가지였다.
한 매장 직원은 “40대 중반 고객도 패션 양말을 즐겨 구매한다. 오히려 좀 더 독특한 디자인은 없느냐고 묻는 고객도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패션 양말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8배나 급증했다.
그렇다면 양말은 어떻게 패션의 ‘마침표’로 떠오르게 됐을까.
◇패션 감각과 개성을 양말로
먼저 심리적인 욕구를 들 수 있다.
남성들이 양말을 매개로 자신의 빼어난 패션 감각을 한껏 드러내려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시선’이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 홍보 담당 매니저 C(29)씨는 “남자를 볼 때 그가 어떤 양말을 신었느냐에 따라 패션 감각을 평가한다”면서 “주변 친구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 귀띔했다. C씨가 꼽는 ‘최악의 양말 패션’은 “캐주얼 차림에 정장 양말”이다.
룸살롱 마담이 손님의 수준을 ‘구두 상태’로 판단한다는 과거 속설의 ‘2015 버전’인 셈이다.
남성들은 또 아주 사소한 소품일 수도 있는 양말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 한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8월20일 개봉해 200만 넘는 관객을 모은 한효주 주연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 ‘뷰티 인사이드’다.
극 중 남자 주인공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특별한 캐릭터다. 백종열 감독은 비주얼 아티스트 출신답게 우진의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우진 역을 나눠 맡은 국내외 남녀 배우 41명이 신는 양말까지 꼼꼼히 챙겼다. 꼭 스크린에 비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심지어 일본에 가서 직접 양말을 공수해오기까지 했다.
양말이 곧 그 사람의 이미지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패션 트렌드, 양말의 전성시대 열어
이어 패션 트렌드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벤처기업부터 대기업, 관공서까지 많은 직장이 남성 직원들에게 더는 포멀 정장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어느덧 복장 자유화 시대가 열렸다.
남성들은 자신이 택한 비즈니스 캐주얼에 어울리는 양말을 골라 신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컬러에 오밀조밀한 패턴이 그려진 양말들이다.
이러한 경향은 포멀 정장을 입을 때도 이어져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때 만큼 파격적이지는 않으나 과거보다 훨씬 과감한 양말을 신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기업 홍보실 Y모(45) 부장은 “회식하러 신발을 벗는 음식점에 갔다 40대 중견 간부들이 서로의 이색 양말을 발견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바지 밑단 길이가 짧아진 영향도 크다. 과거처럼 밑단이 바닥에 끌릴 정도로 바지를 길게 입을 때는 양말이 그리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밑단 길이가 짧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양말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양말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경기 불황에 따른 실용적인 면도 빼놓을 수 없다.
바지를 사거나 구두나 운동화를 사기 위해선 적게는 수만원, 많게는 수십만원의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양말은 외국 명품 브랜드만 아니라면 한 켤레에 불과 몇천원이고, 비싸야 1만원대다. 거의 모든 사람이 양말만큼은 매일 갈아 신으니 늘 똑같은 바지, 동일한 양말을 착용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변화를 줄 수 있다.
쿠팡 패션 담당자는 “최근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액세서리를 통해 자신의 패션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확산하는 가운데 액세서리 착용에 한계가 있는 남성들이 패션 양말을 유효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패션 양말의 인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양말 브랜드 싹스탑 마케팅 담당자는 “올 가을·겨울(F/W) 트렌드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강조하는 놈코어(Normcore)룩이다. 덕분에 화려한 패션 양말이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기톱 작가 김윤신 "이런 순간 상상도 못해···나를 완전히 미술로 내놓겠다"[2024베니스비엔날레]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런 순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90세 전기톱 조각가로 유명한 김윤신 작가가 베니스비엔날레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17일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본전시관에서 만난 김 작가는 "그동안 작업만 하면서 비엔날레 전시는 생각도 못했는데…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고…이제부터가 아니겠어요?"라며 자신감에 찬 '백발의 카리스마'를 보였다.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해 전기톱으로 썰고 깎아 만든 나무 조각가과 대리석(돌)조각을 선보인 김윤신은 휘황찬란한 현대미술작품속에서 정중동 분위기를 연출했다.전시 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김윤신의 작품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수많은 회화를 병풍 삼아 전시장 한 가운데에 목조각들이 설치됐다.김윤신 작가는 "작품들이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데, 나는 거꾸로 돌아간 거 같다"며 "작품 속 내용은 원초적인 것 같다. 내가 그것을 찾아가지 않았나 싶다. 나를 완전히 미술을 통해서 내놓겠다"고 했다."하마터면 놓칠 뻔한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준 예술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1974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이후로 오로지 작업에만 매진해왔는데, 무려 50년이 지나 이런 크고 중요한 전시에 초대되리라곤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다. 2024년이 내게 큰 행운이 깃든 해인 만큼,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세상에 응답하고자 한다."구순의 나이에도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영원한 이방인을 자처하는 김윤신의 세계관은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다. 이번 본 전시에서도 이 연작에 속하는 4점의 나무 조각과 4점의 돌 조각을 선보였다.[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2024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된 김윤신 작가의 작품. *재판매 및 DB 금지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탄생한 출품작 중 나무 조각 4점은 소나무 혹은 호두나무와 같은 원목을 사용한 반면 나머지 돌 조각 4점은 오닉스(onyx)와 재스퍼(jasper)와 같은 준보석이 재료다. 원목과 준보석을 조각하는 과정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속살과 표면의 시각적인 대조와 조화가 이번 출품작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강인한 동시에 예리한 작가적 접근이 돋보이는 본 조각 작업들은 낯선 땅과 마주한 '이방인'이 새로운 소재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개발해온 과정을 선명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제와도 완벽하게 만난다.김윤신 작가는 올해 초 국제갤러리와 리만머핀 갤러리와 공동 소속 계약을 체결하며 60여 년 예술 인생 처음으로 주요한 상업 갤러리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오는 28일까지 1970년대부터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철학에 기반한 목조각 연작과 함께 꾸준히 지속해온 회화 작업 등 총 51점의 작품들이 국제갤러리 서울점 K1과 K2 공간에서 선보인다.수퍼플렉스가 '이방인들이여, 제발 우리를 덴마크인과 홀로 남겨두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주황색 배경 포스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한편 김윤신 전속인 국제갤러리는 이번 본전시에 전속인 수퍼플렉스도 선정되어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수퍼플렉스는 1993년 결성된 이래 민주주의, 기후, 도시, 난민 등의 범세계적 주제를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다뤄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2002)를 재해석한 작업을 소개한다.지난 2002년 수퍼플렉스는 난민을 상대로 배타적 태도를 취하던 코펜하겐 정부를 비판하고 난민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방인들이여, 제발 우리를 덴마크인과 홀로 남겨두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코펜하겐 도심 곳곳에 부착했다.정치 포스터가 보통 주변환경에 묻혀 본연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착안, 공공장소 표지판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주황색 배경과 그와 대비를 이루는 검은색 텍스트로 디자인한 이 작업은 외국인, 이민자, 난민, 디아스포라 등의 주제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다. 실제 포스터 형태의 작업은 2002년 이후로 덴마크 내에서만 10만 장 이상 배부되었으며, 2018 광주비엔날레를 포함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전시된 바 있다.[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2024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관. 첫 남미출신 예술감독인 브라질 큐레이터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맡아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를 주제로 열린다. 본전시 입구는 남미의 원초적이고 원색적인 그림으로 그려진 화려한 색감으로 치장됐다. *재판매 및 DB 금지한편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은 '이방인은 어디에나(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를 전시 주제로 총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가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전시 전시 주제와 부합하게 해외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한국 작가 김윤신(아르헨티나)과 이강승(미국 LA) 및 작고 화가 이쾌대, 장우성까지 4명을 포함하여 총 330명 작품 수천 점을 전시했다.'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의 프리뷰를 거쳐 오는 20일부터 공식 개막을 통해 일반 관람객들의 전시 관람이 시작된다. 오는 11월 24일까지 약 7개월간 이어진다.◎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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