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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돌아가자
입력 2015.09.30. 08:07 댓글 0개‘시대는 달라졌고, 과거 낡고 녹슨 교육체제로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가 없다.’
이 말은 올해 5·31 교육개혁 20주년을 맞아 공과를 짚어보는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린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5·31 교육개혁과제 중에 필자가 관심을 가져왔던 과제는 실천위주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며 도입한 학생봉사활동 제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학생봉사활동 의무화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와 타인의 어려운 삶을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시기 청소년에게 실제적인 체험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청소년봉사활동이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형식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 사례로서 보람 있는 봉사활동보다는 쉽고 시간 많이 주는 봉사에 몰리고, 부모가 자원봉사를 한 뒤 학생 이름으로 봉사확인서를 발급받는 편법도 행해졌고, 학교에서 조차 의무시간을 채워주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봉사활동제도는 교육적 가치로서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자원봉사의 어원을 풀어보면 스스로 원해서 하는 자발적인 무보수 활동이다. 올 해 8회째를 맞아 전국의 자원봉사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된 전국자원봉사컨퍼런스의 주제는 ‘자원봉사 기본으로 돌아가자(Get back to the basic)’였다.
우리나라 자원봉사운동이 이루어낸 업적은 대단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태안원유 유출 사고 시 자원봉사 120만여 명이 참여했고, 작년 세월호 참사에서도 120만여 명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헌신했다. 그 외에도 태풍 등 자연재해, 국제행사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은 언제나 물결이 일 듯 달려와 감동을 선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자원봉사 20년의 역사와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제정된 지 10주년을 맞는 해에 왜 이런 성찰의 의미를 담으려 했을까?
언젠가부터 자원봉사의 가치, 정신, 철학 및 문화의 변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형식적·대가적·비자발적으로 변질되면서 자원봉사 정신의 순수성, 자발성, 무보수성이 왜곡되고 있다는 내부 자성 때문이다.
학생봉사활동은 제도화 시기부터 20년을 맞아 제대로 된 내부 자성이 없었고, 노력도 없었으며, 그 결과 낡고 녹슨 교육체제에서 ‘학생봉사’는 ‘억지봉사’라는 오명을 쓰며 쇠락해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새로운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한다. 교육부가 대학입시에서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부작용과 논란에 벌써 휩싸이고 있다.
사교육시장에서 내년부터 초·중·고에서 인성교육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인성지도사 강사가 많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학원생을 모집하는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단기간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자격증 취득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봉사활동 의무화와 입시반영이 ‘점수따기식’으로 왜곡되었던 것처럼 인성교육이 새로운 시대로 명칭을 변경하여 낡고 녹슨체제가 했던 과거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인성교육은 ‘길들이기식’ 평가 경쟁시스템으로 실현될 수 없다. 교육시수에서 몇 시간 보장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수업과정이 인성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물 흐르듯 관계하는 존재들이 만나서 상호 협력과 공존이 촉진되는 교육요소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 <칼럼> 늘봄학교,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 '늘봄', 이 얼마나 예쁜 말인가? 봄처럼 포근하고 따사로움이 늘 함께한다는 뜻일 것 같은 '늘봄'. 그러나 이제 이 언어는 그렇게 쓰일 수가 없다.언어의 의미는 사회에서 규정된다. 아무리 좋은 언어라도 사회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언어의 오염이 시작되고 결국 그 언어는 이전의 의미로는 쓸 수 없게 된다. 나에게 '늘봄학교'은 '녹색성장'과 같이 그렇게 오염된 채 다가왔다.2024학년도 1학기 광주지역 늘봄학교, 신청에서부터 선정까지 학교 현장 갈등2월 현재 광주에서는 30여개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한 18개 학교 중 중17개교는 협의록이 없으며, 교장 결정 3개교, 교장과 교감이 함께 결정한 학교 1개교,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결정한 학교 2개교, 부장교사가 요청하여 승인한 학교 1개교 등 내가 속한 학교지만 어떻게 늘봄이신청되고 선정되었는지를 학교 구성원은 잘 모른다. 그래서 서로 의심하고 속상해한다. 이렇게 늘봄학교는 불필요한 학교 현장 갈등을 양산 시키고 있다.교사? 돌봄전담사? 일반직?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어"우리가 일 때문에 늘봄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늘봄학교 거부의 본질이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겠지만, 노동자에게는 일도 중요하다. 여전히 시간제가 많은 돌봄전담사의 업무도 아니고, 수업과 생활교육이 고유 업무이자 이것만으로도 과도한 노동을 하는 교사의 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일반직을 배정한다는 것도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있는 공무원 상황을 보면 실현 가능하지 의문이 들고, 기간제에게 맡기는 것 또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부추김과 동시에 결국은 기간제 공고부터 선정 관리까지 다시 학교의 업무가 되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안다. 학교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강요받은 업무를 그것도 과도하게 말이다.가장 중요한 사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는 '늘봄학교'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봄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늘봄학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무렵 내 마음을 훅 치는 기사 하나가 있었다. 기사 중에는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로부터 들은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엄마, 나는 초등학교 때 돌봄교실이 제일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엄마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고 학원에 가고 집에서 쉬는데, 난 혼자 돌봄교실에 갔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만나고 싶었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있는 게 폭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 안드는지? 어른들보고 그렇게 있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다수 집에 간다고 하지 않을까?늘봄학교에는 주체인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는 빠져있고, 즉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고민과 사유는 실종되었다.학교, 지자체, 무엇보다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필자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거린 적이 있다. 대한민국 보호자들이라면 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돌봄의 사회적책임이었고, 학교 현장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은 보호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보호자의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동시간 합의와 양육시간 확보도 해당될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저녁 있는 삶'과 같은 것이다.학교가, 지자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봄과 동시에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돌볼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천천히 가더라도 그렇게 가야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이 있다.그렇게 간다면 다시 '늘봄', 이 언어의 원래의 의미를 되찾아 진정 우리가 바라는 '늘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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