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세월에 대한 착각

입력 2018.12.28. 15:23 수정 2018.12.28. 15:29 댓글 0개
김영태의 약수터 무등일보 주필

세월이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러있을 줄 알았던 적이 있었다. 그 지난날의 착각 속에 가수 김창완이 불러 히트시켰던 ‘청춘’이라는 노래를 떠 올린다. 잔잔한 노랫말은 또한 반전에 가깝다.

언젠간 가~겠지/푸르른 이 청춘/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헤일수 없이 많은 시인묵객들이 즐겨 시와 산문 등의 소재로 삼았던 달(月)을 벗 삼아 달밝은 밤에 창가에 기대어 청승맞게 젊은 연가를 읊조리던 때도 있었다.

무술년 한 해의 끝자락. 매년 불가역적(不可逆的)으로 변함없이 돌아오는 이 때쯤이지만 가는 세월 붙잡지 못해 앙앙불락하는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그래서 날 버리고 간 님은 용서할 수 있어도 날 버리고 가버리는 세월에 대한 용서는 불가하다. 이미 지나간 날들을 다시 잡으려 허둥대는 빈 손짓은 잔뜩 분장한 어릿광대의 가엾은 손장난에 다름없다. 그렇게 가는 세월은 차라리 보내주는게 자연의, 세월의 섭리다. 아무리 그런다 해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무정함을 생각하면 허전한 마음 뿐이다.

‘시불가실(時不可失)’.풀이하면 ‘한번 지난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BC770년~BC221년)의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4에 나오는 말이다. 당시 초(楚)나라 황헐(黃歇)이 진(秦)나라 소왕(昭王)에게 “적을 안이하게 대하면 안되고, 좋은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적불가이 시불가실·敵不可易 時不可失)”고 충언했던데서 유래했다.

지난해 하반기 재계순위 30위 안팎의 코오롱 그룹 이웅렬 회장이 경영에 손을 떼고 “‘청년 이웅렬’로 돌아가 새로운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전격 선언하고 나섰다.

그는 “그동안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다. 이빨이 다 금이 간듯 하다.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 놓는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특히 ‘시불가실(時不可失)’이라는 사자성어를 남겼다. “때가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못할 것 같아 떠난다”는 속내를 털어 놓은듯 하다. 그는 만인이 우러러 보는 회장의 직함에서 내려와 청년 창업가로 변신해 원없이 해보고 마음대로 안되면 망할 권리까지 이야기했다.

그가 언급한 것 처럼 이 회장은 전형적인 ‘금수저’다. 금수저는 커녕, 은수저, 동수저 축에도 못 끼어 천산 흙수저 일수 밖에 없는 일반 서민들의 입장과 처지가 180도 다르다. 거기에 상속세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이라면 ‘시불가실’의 의미는 반감되고 만다.

올 한해도 딱 하루만 남겨두었다. 기해(己亥)년인 내년은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시위떠난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 속에 ‘한번 지난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을 되 새겨보며 무술년 한 해를 마무리할 때다.김영태 주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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