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민간공원 특례사업 ‘속도전’이 화 불렀다

입력 2018.12.21. 16:31 수정 2018.12.24. 10:51 댓글 0개
[뉴스 in 뉴스] 민간공원 특례사업 의문 투성
국토부 가이드라인·재평가·자진반납 의혹 투성
광주시, 1년6개월 남은 일몰제 시한 핑계 서둘러
전문가들 “불공정·전례없는 비정상 행정 무리수”
논란의 중심에 선 광주 중앙공원 전경

광주시가 오는 2020년7월부터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키 위해 추진중인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민선 7기 광주시정을 뒤흔들고 있다.

민관거버넌스 협의체 운영으로 전국적인 모범사례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불공정한 평가와 전례가 없는 비정상적인 절차 등으로 행정의 신뢰성마저 상실하고 있다.

속도전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광주시의 과욕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하 공기업인 광주도시공사를 규정에도 없는 ‘자진 반납’이라는 형식으로 우선협상권을 사실상 박탈하면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특정업체 밀어주기 쇼’를 벌였다는 의혹도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다 애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재평가에서 탈락한 금호산업을 비롯해 일부업체에서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등 평가결과에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타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어쩌다 ‘비리 의혹’ 투성이로 전락하게 됐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 봤다.

◆국토부 가이드라인 정말 문제인가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13일 민간공원 특례 2단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가 제안서 모집 공고를 하면서 토지가격을 국토교통부 가이드라인인 ‘공시지가’ 방법으로 산정해야 함에도 제안사별 ‘감정평가’로 하도록 해 부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토지가격을 개별 ‘감정평가’ 방법으로 산정토록 하면서 토지가격이 제각각이어서 엉터리 평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도시계획 전문가 A씨는 “국토부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 반드시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지자체별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부 민간공원특례사업 가이드라인 안내문에도 ‘본 가이드라인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시행을 위한 길라잡이 성격으로 내용·도표들은 해당 도시공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맞게 달리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 감사위원회는 이 가이드라인을 어긴 것을 가장 먼저 문제 삼았다.

광주시 감사가 어떤 다른 의도를 가지고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여기다 특정업체 관련자가 기밀서류로 분류돼 행정부시장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던 평가결과를 가지고 채점과정의 부당성을 항의했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평가결과 유출을 넘어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재평가 과정에서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한 금호측은 “적법하게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를 스스로 감사를 통해 손바닥 뒤집듯 순위를 바꾸는 것은 대법원 판례는 물론 행정 절차법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특정업체 밀어주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왜 재공고가 아닌 재평가인가

전문가들은 엉터리 평가로 드러나 감사까지 진행한 중요한 사안임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재공고가 아니라 기존업체를 대상으로 재평가를 진행한 것 역시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광주지역 일몰제 대상 공원은 모두 25곳으로 이들 공원의 부지매입비만 1조8천억원, 시설비 등 전체 사업비를 합하면 2조8천억원에 달한다. 광주시의 연간 예산규모 절반을 넘어서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2조원이 넘는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대형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평가가 엉터리로 드러나고 비리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기존 업체를 대상으로 다시 점수를 매겨 재평가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냐는 문제 제기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온 도시공원일몰제 시한(2020년 6월말)에 맞춰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재평가를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광주시의 이같은 해명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공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협약체결, 사업시행자 지정, 실시계획인가 및 사업시행, 보상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일몰제 시한전까지 실시계획인가 단계만 거치면 된다.

공고에서 실시계획인가까지는 통상 8~9개월 정도가 걸린다. 현재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공원특례 사업의 속도로 볼 때 아무리 늦어도 내년 중으로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일몰제 시한보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이나 앞서는 시점이다.

실제 광주시는 전체 25개 일몰제 대상 공원 가운데 특례사업 대상 공원 등을 제외한 12개 공원의 실시계획인가를 내년 6월까지 받기 위해 지난 9월부터 관련 용역을 진행중이다.

민관거버넌스에 참여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광주시가 재공고를 하지 않고 재평가를 한 것은 명백한 행정상 오류다.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도시공사 자진 반납 왜

광주도시공사가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참여한 것은 공원 난개발을 막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역공기업이 참여해 공원보존에 중점을 두고,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공원 조성 및 관리에 투입해 난개발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시민단체의 요구로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한 민관거버넌스에서 수차례 논의 끝에 결정된 사항이다.

그러나 광주도시공사가 중앙공원 1지구에 제안서를 접수하자 직접 시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느닷없는 ‘땅장사’ 논란이 불거졌다.

시 감사위 감사에서는 토지가격 산정을 감정평가로 하지 않고 학술용역으로 대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시 감사위가 “토지가격을 국토부 가이드라인인 공시지가가 아닌 감정평가로 산정토록 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잘못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광주도시공사는 규정에도 없는 ‘자진반납’이라는 형식을 빌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려놓았다. 사실상 광주시의 압박에 손을 든 것이다.

노경수 광주도시공사 사장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광주시에서 ‘감사결과 토지가격 산정이 잘못돼 우선협상대상자 순위가 변경 될 수 있고 법제처에서도 사업시행자 지위 여부에 대한 확답이 없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2차례 보내와 부담이 됐던 건 사실”이라며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산하 공기업이 광주시와 소송전을 펼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애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도시계획 전문가 A씨는 “광주시가 사업 속도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행정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게 되고, 그 비공개가 불공정, 전례없는 비정상적인 절차를 강행하는 무리수로 이어졌다”며 “광주시가 일몰제 시한을 핑계 삼아 커져가는 의혹을 덮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불공정하고 비정상적인 엉터리 행정절차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우기자 ksh43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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