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노란 조끼

입력 2018.12.19. 09:50 댓글 0개
김옥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지난 1789년 7월부터 1794년 7월까지 5~6년에 걸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 역사를 바꾼 사상혁명이자 시민혁명의 전형으로 손꼽힌다. 

근대 민주주의 성립의 기초가 된 이 혁명으로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디드로 등에 의해 반세기에 걸쳐 배양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루소 인명주권론은 혁명사상의 기초가 돼 현대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비단 프랑스 혁명 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과 함께 귀족체제를 붕괴시킨 7월 혁명, 유럽에 자유주의 확산을 불러온 2월 혁명이 발생했다. 성차별과 인종차별, 권위주의에 도전하며 기성체제에 반기를 든 68혁명도 프랑스가 발원지다. 

200여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에서 또다른 의미의 시민운동인 '노란 조끼'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란 조끼는 프랑스 정부가 각종 사고에 대비해 차량에 의무적으로 비치토록 한 형광 조끼로, 운전자와 노동자 등이 입는 작업복이다. 

'노란 조끼' 시위의 단초는 이렇다. 지난 11월 17일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발하며 '노란 조끼' 시위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서며 시위대는 더욱 격화, 소요화됐다. 

시위대는 유류세 및 자동차세 인상을 주요 골자로 한 조세개혁이 중산계급과 노동계급에게만 부담을 지운다고 주장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초기에는 석유 제품 가격 및 세금 인상에 대한 반대가 중점이었으나 이후 관련 있는 구매력 관련 주제로도 주장이 확대돼 중산층이 붕괴되던 시골과 농촌, 중간 도시로 시위가 확대됐다. 유류세 인상이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높은 생활비 부담과 이를 방관하고 악화시키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표출된 것이다. 

더 나은 경제와 더 많은 일자리를 약속했던 대통령을 뽑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서민들의 처절한 분노다. 

정치 전문가들도 '노란 조끼' 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마크롱 정부가 지난 1년간 친환경 자동차 확대를 위해 유류세를 지속적으로 인상했고, 이에 대한 트럭 운전사 등의 반대 시위가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반발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담배세, 유류세 등 생활 밀접형 간접세를 대폭 인상해 국가 지원에서 벗어난 서민층 생활고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노란 조끼' 시위는 그동안 쌓일대로 쌓인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다. 

사회 만연된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노란조끼'와 같은 시위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김옥경 문화체육부 부장 okkim@srb.co.kr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