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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분 옆에서 사는 기분" 악취 호소하는 주민들
입력 2018.12.18. 17:49 수정 2018.12.18. 17:59 댓글 6개업체는 주민에 여행·선물로 무마, 시청 “처벌·제재 규정 없다” 손 놔
“매일 매일, 몇년 째 풍기는 역한 악취로 숨을 제대로 쉬고 살 수 없습니다.”
나주 금천면 한 마을 주민들이 수년 전부터 퍼져 나오는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 악취때문에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나주시는 혁신도시 인근 악취 오염원을 이주시키면서도 혁신도시에서 6㎞ 정도 떨어진 이 마을에 위치한 악취 오염원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 취재진이 지난 17일 나주 금천면 벽류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마자 악취가 진동해 숨을 참아야 했다. 구수한 퇴비 냄새가 아닌 재래식 화장실에서나 맡을 법한 독한 지린내였다.
마을 사람들은 악취의 근원으로 집에서 불과 1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퇴비를 발효·생산해 버섯을 키우고 있는 업체를 지목했다.
이날도 이 업체는 트레일러를 통해 발효된 퇴비를 뒤엎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매일 퇴비가 발효되면서 퍼져나오는 악취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몇년 전 이 마을로 이주한 주민 A씨는 “이사온 직후부터 몇년째 악취때문에 두통이 생겨 병원에 입원하기를 수 차례다”며 “악취 뿐 아니라 짙은 노란색의 퇴비 가루가 정원에 심은 나무와 말려 놓은 빨래를 뒤덮는 것은 물론 집안 까지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 업체 인근에 위치한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도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 보육시설서 생활하는 한 청소년은 “등교할 때 악취가 나기도 하고, 1달에 한번은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심하다”며 “때로는 식사 시간에 역한 냄새 때문에 밥을 먹지 못할 정도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산란 닭 50마리를 들여왔다가 악취 때문에 닭들이 알을 낳지 못해 처분했다”며 “인분 더미 옆에서 자는 기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 주민들은 나주 시청에 악취를 해결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귀에 경읽기’였다고 주장했다.
주민 C씨도 “심한 악취로 배를 수확하던 인부들이 일을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며 도망가기도 했다”며 “퇴비 제조를 새벽 3~4시부터 하는지 냄새 때문에 잠에서 깬다. 집을 지을 때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집을 안 지었을텐데 나주시청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히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오래 전부터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 악취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D씨는 “냄새가 나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며 “퇴비를 만드니 퇴비냄새가 나는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같은 마을 주민들 간에 의견 차이를 보이는데는 이 업체가 일부 주민들에게만 선물을 제공하며 불만 제기를 못하도록 한 까닭이다.
업체 대표는 “명절 때 마을회장 등 몇 몇 사람들에게 버섯을 선물하며 미안함을 전했다”며 “예전에는 버스를 대절해 여행도 보내주곤 했지만 최근엔 여행은 보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악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더 나아가 업체를 이해하는 입장에 선 원주민들과 악취 해결을 요구하는 이주 주민들 간의 갈등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나주시는 ‘처벌 근거가 없다’며 주민들의 민원을 외면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업체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생 인분이나 분변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된 퇴비를 활용한 만큼 처벌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2년 전 민원 때 악취 차단 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한 것이 전부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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