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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창설 100일 안보지원사, 기무사 색깔 빼고 '환골탈태' 중

입력 2018.12.18. 15:22 댓글 0개
호랑이 대신 솔개, 부대 엠블럼부터 노래까지 새로 선보여
'정치개입·민간사찰·특권의식'…'3불'(不) 규정, 새 탄생 강조
남영신 초대 사령관 "국민 신뢰받는 정보·수사기관 될 것"
【서울=뉴시스】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17일 새로운 부대 정체성을 담은 부대 상징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엠블럼. (사진=국방부 제공) photo@newsis.com

【과천=뉴시스】 오종택 김성진 기자 = 지난 여름 계엄령 검토 문건 파문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등으로 정국을 혼란에 빠뜨린 국군기무사령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9월1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가 창설했다.

안보지원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편'(解編) 과정을 거쳐 군의 새로운 보안·방첩부대로 거듭나려는 노력과 함께 지난 9일 창설 100일째를 맞았다.

지난 17일 안보지원사는 권위적이고 베일에 싸였던 과거사를 청산하고, 군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간의 변화된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군이 정보부대의 안방을 언론에 공개하기는 이례적이다. 기무사가 2008년 11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지금의 과천으로 터전을 옮긴 뒤로도 손에 꼽는다. 부대 특성상 외부 공개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안보지원사가 과거 군 정보부대와 달리 창설 100일 만에 외부에 부대를 공개한 것은 과거와의 단절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창설된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심을 벗어난 지 10여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다다랐다. 정문을 지나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 다소 밋밋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기무사 시절 상징탑과 함께 타임캡슐 조형물이 설치됐던 장소였다.

【과천=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본관 앞 옛 기무사령부의 상징물이 세겨진 탑이 철거되고 탑 터만 남아 있다. 2018.09.01. photo@newsis.com

그러나 지금은 상징탑도 가운데 모양의 '기무사 타임캡슐'도 사라졌다. 상징탑과 타임캡슐은 2008년 기무사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과천으로 옮겨올 때 설치됐지만 안보지원사 창설과 함께 철거됐다.

안보지원사는 이 타임캡슐을 따로 보관하고 있는데 전쟁기념관 수장고나 군사편찬연구소 기록물 보관소 등에 옮겨놓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군부대 중에서도 보안에 민감한 정보부대 특성상 외부인이 부대 방문을 하려면 사전에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고, 휴대전화를 반납해야 한다.

이날 취재진은 미리 동선을 정해 약속된 장소만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보안서약서 작성과 휴대전화 압수는 면(?)했다. 그러나 부대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대회의실로 이동할 때는 휴대전화를 지정된 장소에 맡겨야 했다.

안보지원사 주요 간부들에 대한 소개에 이어 조직 구성부터 주요 임무와 기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과거 기무사 시절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정치개입', '민간사찰', '특권의식'을 부대원들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불'(不)로 규정하는 등 전혀 새로운 부대의 탄생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남영신 초대 사령관(육군 중장)은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내에 올바른 길을 갈 것인가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거쳐 왔다"며 "국민에게 신뢰받고 배신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 외부의 목소리를 듣고 부대가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과천=뉴시스】 남영신 초대 군사안보지원사령관.

부대 설명을 마치고 안보지원사 내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부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실제 사용하는 경호 장비의 시연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해당 경호부대는 대통령이 군부대를 방문하거나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 입·출국시 등 경호를 담당한다.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과 국군 유해봉환행사, 국군의 날 기념식, 국제관함식 때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경호했다. 안보지원사 창설 3개월여 동안 총 36회, 2536명이 경호 업무에 투입됐다.

특히 부대는 28종 368점의 경호 장비를 운용 중이다. 이 가운데 문형 금속탐지기(MD), 엑스레이(X-ray) 검색기는 물론, 드론·검측로봇·폭발물탐지기, 현장관제시스템 등 다양한 장비를 소개하고 운영시범을 보였다.

안보지원사를 찾는 주요 인사와 민간인 등 교육·홍보를 담당할 3층 규모의 안보교육관도 돌아봤다. 이곳 1층은 기무사 시절 '역사관'으로 불렸지만 안보지원사 창설 이후 안보관으로 명칭을 바꿨다.

기무사 시절에는 군의 정보활동과 부대 역사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홍보관 성격이 짙었으나, 창설 이후에는 삼국·고려·조선·일제시대 국난극복 역사가 강조되고, 평화·번영 등의 정신을 주된 내용으로 안보관이란 명칭에 걸맞게 변화했다.

안보지원사는 기무사 시절 역대 사령관의 사진을 모두 없앴다. 현재 남영신 현 사령관의 사진과 이력만 걸려 있다.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기무사 출신 예비역 및 군무원 단체인 충호안보연합을 소개하던 공간도 없앴다. 추모관 역시 기무사 출신 순직 장병에 대한 추모 공간에서 국가보훈처가 매월 지정하는 호국영령을 추모할 수 있는 곳으로 변화를 줬다.

안보관 2층에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임무를 소개하고는 '임무관'이, 3층에는 시뮬레이션 사격 체험을 할 수 있는 사격장이 마련돼 있다.

【서울=뉴시스】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내 안보교육관 1층 '안보관' 모습.

안보지원사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부대훈(訓)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남 사령관은 부대 창설과 함께 평소 신념인 '기본이 바로서면 길 또한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본립도생을 부대훈으로 정했다.

안보지원사는 이날 새로운 부대 상징도 함께 공개했다. 부대 상징동물은 솔개다. 안보지원사 관계자는 "솔개는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70년 이상 장수하는 새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야하는 안보지원사의 힘찬 비상을 나타낸다.

부대마크는 솔개를 가운데에 배치하고 배경으로는 태극무늬, 음영으로 지구본을 넣어 세계 일류 정보수사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새로운 부대가의 작곡은 초대 국방부 군악대장을 역임한 김호석 경기대 전자디지털음악과 교수가 맡았다. 작사는 국군 전 장병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통해 선정했다. '충성의 일념, 힘차게 기상하는 솔개의 기상' 등이 담겼다.

안보지원사 관계자는 "이제 과거의 오욕에서 벗어나 국가안보 수호의 중심에서 국민과 군의 기대에 부응할 때라고 인식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환골탈태의 각오로 새롭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세계 유수의 선진 군 정보·수사기관과 당당히 경쟁하는 자랑스러운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안보지원사의 의지와 바람대로 군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군사 보안과 방첩업무에 특화된 부대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과천=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본관 모습. 2018.09.01.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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