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북유럽을 통해 배우다

입력 2018.12.17. 17:10 수정 2018.12.17. 17:12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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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은 민선 3기를 맞아 혁신학교를 넘어 미래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학교모델(미래학교)을 상상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기존 지식중심의 획일화된 교육에서 역량중심교육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학생 개인의 삶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학생을 능동적인 주체로 세우기 위한 새로운 학교문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마을이 학교와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민선 3기 장석웅교육감은 민주시민교육 강화와 혁신학교 전면화를 통해 전남교육의 새로운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교육혁신을 추진한 북유럽 교육탐방을 통해 교육적 상상력을 높이고 보다 발전적인 정책을 모색해 보기로 하고 길을 떠났다.

이번에 방문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는 모두 교육선진국이면서 인권과 평등의식이 높고, 교육과 의료, 노후 보장 등 보편적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6박8일에 3개국 13개 학교나 교육기관을 돌아보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매일같이 탐방 단원들 간 토론과 정리활동을 하면서 전남교육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학생들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북유럽 대부분은 남녀노소는 물론 인종, 언어, 피부색, 학벌, 직업에 상관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고 존중하고 있었다. 이는 학교문화와 교육과정, 수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학생들은 학업성적과 상관없이 모두 한 인격체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모습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쳐야할 미숙한 인간이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래사회는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율역량을 가진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학생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수적이며, 학교나 행정기관도 모든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는 일대 행정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다양한 형태 교육 빠짐없이 지원해야 한다. 우리의 학교 형태는 유-초-중-고등학교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학교의 형태나 추구하는 가치, 학제 등이 참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덴마크의 경우 공립학교 이외에도 사립학교, 자유학교(프리스콜레), 에프터스콜레, 평민대학, 정규대학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있고, 학교마다 추구하는 철학과 교육목표가 다름에도 정부에서는 차별없이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많은 대안학교들이 미인가 상태로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또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어찌보면 국민의 기본권인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다양성이 요구되는 미래사회와 상반되는 정책으로 어떤 형태든 학생들의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에 방문한 국가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교육과정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교육과정을 통해 큰 틀에서 그 사회가 지향해야할 가치와 철학, 미래사회에 대비할 핵심역량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가르치고 키울것인가는 학교구성원들의 몫이다. 우리의 교육과정은 학교의 자율성이 20%에 머물러 있다. 전남도교육청에서는 학교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학교기본운영비 확대, 본청사업 축소, 학교지원센터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어 다행이다. 미래사회는 지금보다 더 분화되고 자기만의 개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요구하고 고집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적어도 교육과정운영의 자율성을 50%이상 학교와 교사에게 돌려줘야 한다.

넷째 학교 공간의 재구조화를 서둘러야 한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에서 여러 학교를 방문했지만, 같거나 비슷한 형태의 학교를 만난 적이 없다. 저마다 다른 공간의 형태와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에 적합한 나름의 의미있는 교육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저 건물이 학교인지 다른 건물인지 누구나 분간할 수 있는 우리와는 대조적이었다. 획일적이고 네모 반듯한 공간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길러질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 공간을 만들어 가야 한다.

교육선진국이라 해서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무한 경쟁교육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육을 받을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교육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행복할 수 없을뿐더러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 이번 북유럽 교육탐방을 통해 경쟁이 아닌 학생들 모두 소중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으며 저마다 자기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우리가 방문한 11월말의 북유럽은 오후 4시부터 어둠이 찾아들었고 기온도 차가웠다. 긴 겨울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 제일의 복지국가, 청렴하고 행복지수가 높은 사회를 구현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그들의 교육이 있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사회 곳곳의 민주적 의견 수렴과 정책입안자들의 성찰적 삶이 함께 가고 있었다.

이제 우리 전남도교육청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모두가 소중한 혁신 전남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모든 차별과 권위주의, 부정부패와 단절을 부르짖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이 그려갈 전남교육이 더욱 기대된다. 김유동 미암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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