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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배구연맹, 무상방송 중계료 3000만원 책정···경찰수사

입력 2018.12.17. 14:28 수정 2018.12.17. 14:31 댓글 0개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방송사가 무상 중계방송을 약속했다. 그런데 대회 중계권료로 3000만원이 책정됐다. 이 돈은 다른 회사를 거쳐 대회 주최 단체로 돌아왔다.

한국대학배구연맹이 지방대회 중계권료 횡령 의혹에 휘말렸다. 17일 배구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대학배구연맹의 중계권료 조사에 착수했다.

대학배구연맹은 한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을 유지 중이다. 계약은 오한남 현 배구협회장이 대학배구연맹 수장 시절 이뤄졌다. 해당 방송사는 대학배구 발전을 위해 5년 간 중계권료 없이 대회 중계를 해주겠다고 했다. 이 약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배구연맹은 올 여름 어느 대회에 앞서 해당 방송사에 지급할 중계권료로 3000만원을 책정했다. 이 돈은 300만원 가량의 세금이 더해져 대학배구연맹의 인터넷 중계를 맡고 있는 A사로 흘러 들어갔다. A사는 세금을 제외한 3000만원을 다시 대학배구연맹으로 전달했다. 횡령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배구계 관계자는 “대학배구연맹이 대회 운영비로 애초 발생하지도 않은 (TV) 중계권료를 마련했다. 이를 A사로 돌렸다가 다시 받은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A사는 대학배구연맹으로부터 대회를 중계하고 일정의 중계권료를 받는다. 대학배구 중계가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만큼 대학배구연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다른 배구 관계자는 “A사는 을의 입장이다. 대학배구연맹이 부탁하면 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의혹은 대회 기간 중 관련내용을 접한 일부 배구인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으려는 이들의 항의와 사실 규명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대학배구연맹은 지금까지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본인들은 관행이라고 하더라. 대회를 보러 오는 원로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것이다. 연맹측 인사가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 녹취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맹은 통장을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만일 그 돈이 개인에게 돌아갔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체육계 종사자는 “있지도 않은 중계권료를 만들어 이를 자신들의 통장에 갖고 있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학배구연맹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일부 배구인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미 일부 관련자들이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대학배구연맹측도 매끄럽지 못한 처리였음을 시인했다. 대학배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연맹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운영비로 쓰려고 이같이 처리했던 것”이라면서 “변호사를 통해 알아보니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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