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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이 있긴 하나?"…현금부자외엔 '그림의 떡'인 이유

입력 2018.12.17. 11:27 댓글 0개
집값 한달간 조정 거쳐도 여전히 높아 체감도↓
급매물, 잔금 일정 촉박해 현금부자에 '우선순위'
업계 "금리 인상기, 시중 급매물 출현 지속될 것"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동남권 아파트 값이 실제로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남권 지역은 9·13대책 이후 소형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8월에 8억1303만원에서 10월 6억2375만원으로 떨어졌다. 같은기간 동남권 중소형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도 11억원에서 9억1803만원으로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18.12.1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급매물이 출현했다는데 왜 우리 동네에는 없나요."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급매물이 속속 출현하며 아파트값이 5주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한달여간 조정중이지만 전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급매물로 느껴지지 않는데다 급매물은 소진 속도가 빨라 실수요자가 접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중 하나다.

17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동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최근 급등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 대비 1억~2억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지만 매수세가 잘 붙지 않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이미 연초 시세까지 호가를 낮췄다. 하지만 최근 한달간 조정기간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집값이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호가를 낮춰도 급매물로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다.

매매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이유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급매물이 시중에 나오면 중개업소 등에서 매입이 가능한 '단골 손님'을 물색해 가장 먼저 연락을 준다.

그런데 단골손님은 일반 수요자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왜냐면 급매물은 말 그대로 매각이 다급한 물건이기 때문에 잔금을 치르는 것도 매우 촉박한 경향이 있다.

급매물이 나오는 경우는 이민이나 지방 발령 등으로 당장 이주가 필요한때 또는 자금사정이 갑자기 악화돼 경매에 나가기 직전에 시중에 나오게 된다. 말 그대로, 빠르게 매각을 원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춘 셈이다.

반면 일반적인 실수요자들의 경우에는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주로 '선(先)매도, 후(後)매수'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집값 하락기에는 시장 관망 심리 탓에 이같은 경향성이 더욱 강해진다. 집부터 덜컥 샀다가 집이 팔리지 않아 곤욕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급매물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매입이 쉽지 않다. 사실상 "'현금 부자' 외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매물 적체가 지금보다 더욱 심화해야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당분간 조정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시장 관망세가 깊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 매주 발표하는 'KB부동산 리브 온(Liiv ON)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일 주간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매매거래지수는 1.7로 2013년 7월22일(1.4) 이후 5년5개월이래 최저다.

반면 매도자와 매수자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를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0일 49.0를 기록해 2016년 2월29일(45.7)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뜻으로 사실상 매물 적체가 진행중임을 의미한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했고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앞으로 변동금리, 제2은행권을 이용한 집주인의 경우 시중에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아파트의 경우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키기 때문에 단독주택이나 빌라보다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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