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신뢰가 무너졌다

입력 2018.12.14. 19:08 수정 2018.12.15. 20:22 댓글 0개
[무등Magazine] '얼어붙은 온정' 어떻게 녹이나
고액기부자들 지갑 닫고, 개인도 위축
수년째 기부금 들쭉날쭉…불신도 한몫
지난달 21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광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2019 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열렸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 기부금 모금이 줄고있다. 기업 등 고액기부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고 개인들도 기부를 망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도 침체지만 기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있는 것도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있는 한 요인으로 꼽는다.

이에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기분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부금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높다.

이와 함께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한번 더 돌아볼 줄 아는 나눔정신을 되새기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단체가 연말연시인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진행하는 희망·나눔 캠페인에 참여하는 횟수나 금액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나눔캠페인은 2014년 7억3천여만원, 2015년 12억4천365만원, 2016년 21억3천133만원 등으로 점차 오르다 2017년 19만1천947만원, 2018년 12월 현재 8억4천여만원에 그치고 있다.

참여자별 참여 건수는 개인이 2014년 7천637건, 2015년 1만1천529건, 2016년 1만6천729건, 2017년 1만863건, 2018년 현재 8천85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도의 경우 2016년도보다 40% 가까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희망나눔캠페인이 아닌 연간 전체 기부자 별로 보면 감소폭이 더욱 크다.

지난해 1만7천973만 명이던 연간 개인기부자 수는 올해 12월을 남긴 가운데 1만583명으로 절반을 겨우 넘기고 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특히 고액 기부를 해 왔던 기업들에게 모금을 요청했지만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경기가 어렵고 경여환경의 변화로 올 한해는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난으로 가벼워진 주머니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도 기부문화를 가로막는 악재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장애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가족을 살해하는 등 충격적인 사건의 영향으로 기부참여가 전국적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점차 기부자들의 참여가 뜸해지기 시작하다 지난해 사건이 치명타였다”며 “공동모금회 뿐만 아니라 일반 기부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을 위해 세대주, 법인, 개인사업자, 단체가 참여하는 자율성금인 적십자 회비도 해마다 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십자 회비로 인해 지난해 도움을 받은 이는 160만여명에 달하고 1천28억원이 쓰였다.

포항 지진과 충북 호우, 제천 화재 당시에도 1만7천85명에 구호의 손길이 건네졌고 특히 이산가족과 북한이탈주민 7천764명 등에게도 화합의 손길이 건네졌다.

하지만 적십자 회비는 광주가 지난 2016년 8억6천700만원, 2017년 8억4천174만원, 올해 7억7천598만원으로 점차 줄고 있다.

전남의 경우는 2016년 21억9천700만원, 2017년 19억8천400만원, 올해 18억 1천476만원으로 감소 폭이 더 크다.

이렇다 보니 기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61.7%가 “기부금 용처를 모른다”고 답했다.

또 기부단체 선택 시 고려사항으로는 ‘기부금의 투명한 운영’이 54.2%로 1위를 차지했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에 달한다.

당장 기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처럼 기부금이 줄어들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은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한 구청 복지 공무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원이 이뤄지던 가정이 후원금 부족으로 선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때마다 지역의 자영업자나 기업을 찾아가 긴급하게 후원을 부탁하기도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일일히 기관을 방문하거나 개인에게 요청하는 대신 새로운 기부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일현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과거 방식처럼 기부를 요청하는 방식에 대해서 시민들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잃은 것이 아닌가 싶다”며 “요즘 기부자들은 내가 얼마나 냈고 그것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기부자들의 경우는 기부를 한 후 감사하다는 말 역시 기관에서 받기보다는 도움을 받은 당사자들에게 직접 듣고 싶어 한다”며 “기부 참여자들이 감동을 느끼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또 “기부를 소개하는 것 역시도 전문적인 홍보를 거친 인력이 마케팅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오히려 사람들의 참여는 늘어났었다. 오히려 지금이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할 때다”고 강조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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