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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구시장 전운…"최대한 빨리 철거" vs "절대 안 나가"

입력 2018.12.14. 05:30 댓글 0개
노량진 舊수산시장, 전날 강제집행 취소 및 연기
상인들 "언제 철거할지 모른다…돌아가며 순찰"
수협 "3년이나 협상해…얘기 더 들을 것도 없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수협중앙회의 구시장에 대한 명도집행이 예고된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협 관계자들과 구시장 상인들이 충돌하고 있다. 2018.12.13.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은 김동현 기자 = 노량진 구(舊)수산시장 단전·단수 조치 후 첫 강제집행이 취소되면서 상인들과 수협 간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사실상 접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고, 다시 진행될 강제집행을 둘러싼 싸움만 남은 형국이다.

수협은 전날인 13일 아침 7시 노량진 구시장에 대한 강제집행을 예고했으나 법원에 의해 취소됐다.

수협 측은 "사전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받았고 겨울철 철거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충돌이 우려가 되는 점 등이 이유가 됐을 수 있다고 본다"며 "정확하게는 연기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집행 소식이 알려지자 민중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에서 겨울 강제 철거가 없다고 밝혔는데 이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상인들이 당장 집행을 모면했다고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장에 대한 단전·단수가 실행된 지 한 달이 되어가면서 상황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고, 언제 다시 집행이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구시장 분위기 차분했다. 단전으로 인해 설치한 대형 발전기의 소음만 컸을 뿐 상인들은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최근 수협이 진행한 폐쇄 조치로 인해 주차장 한 쪽은 거의 허물어졌고 입구에는 경찰 인력이 늘어서 있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수협중앙회의 구시장에 대한 명도집행이 예고된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협 관계자들과 구시장 상인들이 충돌하고 있다. 2018.12.13. radiohead@newsis.com

노량진에서 영업을 한 지 40년이 됐다는 상인 신모(77)씨는 "죽을 때가 됐는지 예전에 여기서 열심히, 즐겁게 장사한 기억만 난다. 여기서 자식 네 명을 업어키웠다"며 "이 추위에 몰아낸다고 하니 막막하다. 오늘은 집행이 연기됐지만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서로 순찰을 서야 한다. 오늘은 내 차례"라고 말했다.

진모(63)씨도 "여기는 3평이지만 신시장은 1.5평이고 장사할 구도가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수협이 강제로 정한 자리에 우리가 왜 죽으러 가야 하느냐"며 "인생을 열심히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는 절대 안 나간다"고 강조했다.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과의 대화는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오늘은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철거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제 구시장 상인들에게 해 줄 것도 없고 이야기를 들을 것도 없다. 3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협상을 했음에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협은 2007년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으며, 구시장에 대해 지난달 5일 단전·단수에 들어가기까지 4차례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수협은 또 지난달 19일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굴착기로 바닥을 파는 등 폐쇄 작업에 돌입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수협중앙회의 구시장에 대한 명도집행이 예고된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협 관계자들과 구시장 상인들이 충돌하고 있다. 2018.12.13. radiohead@newsis.com

수협 측은 "2009년 상인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모든 사항에 합의했는데도 일부 상인들이 일방적으로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신시장 입주 신청 기간에 258개 구시장 점포 중 127개가 이전을 신청했고, 이 중 5개가 신청을 철회해 최종 122개 점포 입주가 완료됐다.

구시장 잔류 상인 136명 중 9명은 시장 자체에서 자진 퇴거해 현재 상인 127명이 잔류 중이다.

상인들은 신시장 건물 통로가 좁고 임대료가 비싸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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